엄마는 빠꾸는 없다

난 엄마니까

by 호뚜니의 작은방



---

엄마는 빠꾸는 없다 3화

오십을 갓 넘긴 나와 친정엄마는 띠띠동갑이다.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면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밤새 장내시경 준비로 고생하셨을 엄마 앞에서, 위내시경을 앞둔 나는 속으로 떨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어본다. 딸로서의 작은 도리라고 생각하며.

수면 내시경은 늘 야속하다.
숫자를 셀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나를 꿈의 나라로 데려가 버린다.
잠시 후, 희미하게 들려온 목소리.
"딸, 깨어났어?"

더 힘드셨을 엄마가, 먼저 깨어나 반쯤 열린 커튼 사이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붉어진다.

검진 결과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폐경 여부를 묻는 문진표, 빈혈이라는 진단, 그리고 지난번보다 더 커진 위의 혹.
정밀 검진을 위해 대학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오히려 “걱정하지 마라”며 담담히 말씀하신다.
정작 조심해야 할 나이는 엄마인데, 엄마는 늘 나를 먼저 살핀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요즘 따라 자꾸만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빠, 엄마, 고슬이. 오래오래 함께하길… 나도 모르게 기도하게 된다.

마음속 한 켠, 또 다른 걱정이 조용히 방을 만들었다.
그 방 앞에서 나는 자주 기도한다.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은 불안을 대신해, 눈을 감고 기도하는 일.

하나님을 믿는 나는 자유롭다,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문득문득 무너질 때가 있다.

대학병원 가는 날, 다행히 사랑하는 동생이 함께해주었다.
동행만으로도 큰 위로였다.
병원은 여전히 떨리고, 아프고,
나를 한없이 어리고 연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 간다.
이겨내야 하기에.
엄마니까.

내가 무너지면,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 엄마와 가족들이 더 슬퍼할 테니까.

어쩌면 인생에서 ‘엄마’라는 이름에는
‘빠꾸’가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내 인생 돌려달라’
외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가족이 있기에 물러날 수 없다.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수많은 어려움 앞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시간.
엄마의 인생엔 빠꾸가 없었다.

그래서 다짐한다.
나 또한 그렇게 살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고.

엄마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빠꾸’ 없는 강인한 존재니까.


---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을 못 사는 나도 빠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