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음 대로 받아쓰기

초보자를 위한 받아쓰기 10문장

by 호뚜니의 작은방


사계절의 봄날 4편 – 내 발음 대로 받아쓰기

2025년 5월 7일 오전 10시.
유후짱의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모임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지만, 줌 회의라도 할까 망설이던 찰나, 결국 휴강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웬걸, 쉬는 날이라 그런지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만나서 수다라도 떨었으면…”
나츠짱의 조용한 투덜거림에 아키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예정대로 다시 만났다.
오늘은 ‘일본어 수다 데이’로 급 변경되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나는 숙제였던 ‘탁음·촉음·요음으로 이루어진 단어와 문장 10개씩’ 문제를 곱씹으며 적고 있었다.
블로그나 파파고의 도움을 받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내뱉는 일본어 발음은 여전히 난관이었다.
도대체 혀와 입술을 어떻게 움직여야 이 어색한 소리가 제대로 나올까.
영어보다도 더 낯설게 느껴지는 발음의 벽이었다.

잠시 후, 나츠와 아키가 밝은 얼굴로 도착했다.
단순한 수다로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시간.
나는 A4 용지를 한 장씩 건네며, 이미 볼펜을 든 아키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오늘은 겸허한 자세로 임해봅시다.”
그리고 나츠에게도 연필과 지우개를 챙겨주었다.
“많이 틀릴 예정이니까.”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좀처럼 머릿속에 오래 머물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인정하며, 우리는 열 문제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받아쓰기 문제 (히라가나 / 가타카나 )

1. 한국의 부산에서 왔습니다
→ かんこくの ぷさんから きました

2. 이쪽은 김지우입니다
→ こちらは きむじう です


3.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 どうぞ よろしく おねがいします

4. 컴퓨터
→ コンピューター

5. 주스
→ ジュース

6. 블로그
→ ブログ


7. 감사합니다
→ ありがとう ございます

8. 그 강아지는 정말 귀엽다
→ あの いぬは ほんとうに かわいい

( 그 강아지는 정말 귀엽다)


9. 잘 자, 내일 또 봐
→ おやすみ、また あした


10. 이 케이크는 정말 맛있어요
→ この ケーキは とても おいしい です

히라가나인지 가타카나인지,

탁음인지 촉음인지, 머릿속은 점점 복잡하게 얽혀갔다.

우아 ~우아 ~모르겠다고 목소리가 커지니
옆에 앉은 나츠는 “조용히 좀 하라고!”며 엉킨 머리카락을 더욱 거칠게 헝클었다.
“언니, 나츠짱은 운전할 때도 누가 옆에서 떠들면 안돼.”
우리는 그 엉뚱한 모습에 동시에 웃음이 터졌고, 시험은 웃음과 긴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그때, 아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JLPT 5급 시험 한번 봐 볼까?”

순간, 나와 나츠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굳게 손을 잡았다.
격려는 하겠지만, 섣부른 동의는 보류하겠다는 묘한 눈빛 교환이었다.

아키는 “단어장부터 얼른 사야겠다”, “이제 한자도 슬슬 외워야지”라며 혼자 신나는 듯 연신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그런 아키를 향해 다시 한번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속으로는 열렬히 응원하면서.

우리는 발걸음을 옮겨 지하 서점으로 향했다.
며칠 전 화려한 거리극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도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한산했고, 주변의 카페와 식당들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서점 주인은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오늘은 또 어떤 책을 찾으시려나?” 하고 속으로 궁금해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일본어 단어장을 하나씩 골랐다.
꼼꼼하게 내용을 살펴보던 아키와 달리, 그림 없는 빼곡한 글씨가 답답했던 나는 그림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단어장을 집어 들었다.
글을 쓰는 작가이지만, 빽빽한 활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우리는 그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몇 글자만으로도 이렇게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기만 했다.
서툴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서로의 모습에 마주 보며 웃었다.

오늘 단어 시험을 보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일본어 단어가 있었다.
바로 めっちゃ.
우리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진짜 좋아’, 혹은 조금 더 격하게 말하면 ‘개좋아’ 정도의 느낌일까.
めっちゃかわいい
우리는 이렇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단어를 이해하고, 때로는 엉뚱한 해석을 덧붙이며, 수많은 실수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오늘도 우리의 발음은,
‘내 발음 대로’ 적고,
엉뚱하게 틀리고,
함께 크게 웃었다.

그것이 바로,
사계절 속 따스한 봄날 같은,
우리만의 특별한 수업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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