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하이킹의 마지막 장면, 그리고 다시 돌아본 우리의 우정
[브런치 하이킹 연재 마지막 이야기]
1. 다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친구 집에 보관해 두었던 은선이 자전거를 찾고, 체인을 점검한 뒤 우리는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 체인이 도는 것처럼, 우리도 돌아가는 길 위에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은 결코 아깝지 않았다.
산을 오르면 내려가야 하고, 좋은 여행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듯, 인생도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제자리로 오는 것.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돌아갈 집이 있고, 기다려주는 일상이 있기에 우리는 힘차게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2. 논두렁에서 만난 영어 울렁증
내리막이라 그런지 가는 길은 더 시원하고 쉬웠다. 한 번 지나온 길이라 익숙했고, 마음도 가벼웠다.
우리가 즐겁게 달리고 있던 그때, 갑자기 친구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곧장 자전거를 멈추고 되돌아갔다.
그리고... 논두렁.
그곳에서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올라오는 애진이를 발견했다. 옷도, 자전거도 온통 흙투성이.
그런데 그녀의 한마디에 우리 모두 웃음을 꾹 참아야 했다.
“어떤 외국인 두 분이 내려서 도와주려고 하더라고. 근데 내가… ‘노우 노우!’ 영어가 안 나오는 거야. 그냥 손사레만쳤다는…”
급한 상황에서도 영어 울렁증이 앞섰다는 애진이.
그 모습에 우린 여고생 특유의 당황과 웃음을 함께 껴안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택시를 잡을 수 있었고, 애진이는 자전거를 트렁크에 싣고 먼저 출발했다.
3. 허세는 쿵, 현실은 벌떡
우리 다섯 명은 다시 페달을 밟으며 전남대 후문 쪽으로 향했다.
그 무렵, 나는 왠지 모르게 자전거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문득 영화 속 정우성처럼, 두 손을 놓고 타보고 싶어졌다.
결과는?
쿵!
사람 많은 거리에서 멋지게 넘어진 나는, 무릎보다 자존심이 더 아팠다.
그래도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휘젓는 허세를 부려봤다.
그 순간, 깨달았다.
두 손 놓고 타는 건, 멋이 아니라 허세였다.
4. 끝나지 않을 우리의 하이킹
잠시 뒤, 씻고 나온 애진이와 다시 만나 맡겨두었던 자전거를 되찾고, 우리의 자전거 하이킹은 마무리되었다.
무모했고, 계획도 없었지만 그날은 우리가 여고 시절 해본 첫 번째 도전이었다.
그 후 우리는 제주도 여행도 갔고, 내린천에서 래프팅도 했다.
우린 늘 약간의 용기와 약간의 무모함으로 익사이팅한 청춘을 달렸다.
그리고 지금, 그 시절을 꺼내어 글로 쓰는 이 순간이
마치 또 한 번의 하이킹 같다.
그때처럼 가슴이 뛰고, 웃음이 나고, 눈물도 살짝 고인다.
여고 시절, 자전거에 몸을 실어 바람을 가르던 우리 여섯 명.
그 봄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 기억은 언제든 나를 다시 불러낸다.
에필로그
하이킹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무모했던 그 시절의 페달질처럼,
이 글도 가슴 뛰는 여정을 함께 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야기는 잠시 멈추지만,
우정은 앞으로도 계속 달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