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으로 돌아간 하루

51층, 구름 속에서 열린 잠옷 파티

by 호뚜니의 작은방



친구들과의 부산 엘시티 여행, 그리고 끝나지 않을 우정 이야기

"어디서 모일까? 중간 지점 대전 어때?"는 물음에 은선이가 "좋은데!"라고 쿨하게 답했어. 그러자 현영이가 바로 "그럼 부산 엘시티!"를 외쳤고, 우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와, 좋다!" 하고 환호성을 질렀지. 늘 그렇듯 우리의 결정은 늘 LTE급이야! 물론 좋은 숙소와 맛있는 음식도 빠질 수 없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누구와 함께하느냐인 것 같아.




고등학교 1학년, 열일곱 살이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현영, 유영, 은선, 민주, 애진, 그리고 호뚜니, 이렇게 여섯 명의 소녀들이 다시 모였어.

예전엔 목포로 기차 타고 두 번이나 하이킹을 다녀왔고, 제주도도, 강원도도 함께 누볐지. 그리고 3년 전 한강 투어 이후로 딱 3년 만에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건, 바로 총무 애진이의 ‘백원의 기적’ 덕분이었어! 매일 백 원씩 받으러 다니던 우리 총무, "쟤 왜 또 왔어?" 하는 눈총에도 꿋꿋하게 다녔던 그 애진이가 지금도 든든히 총무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까?

비 오는 날, 가장 먼저 도착해서 우릴 기다려준 현영이는 직접 차를 끌고 나와 픽업까지 해주는 '배려의 여왕'이 되었고, 광주에서, 안산에서, 서울에서 친구들이 하나둘 도착했어. 간호사인 애진이는 교대 끝나고 슬리퍼 질질 끌며 나왔다는 톡 하나로 우릴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지.

51층 엘시티에서 펼쳐진 우리들만의 꿈 같은 파티

엘시티 51층 뷰 방에 들어갈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어. "따라라라~" 문을 열고 커튼을 걷는 순간… 헉! 마침 장마가 시작된 날이라 온통 구름에 덮인 뷰였지만, 오히려 그게 더 신선 놀음 같더라고. 마치 우리가 구름 속 요정이 된 기분?

그 넓디넓은 70평짜리 방에서 숨바꼭질하면 진짜 재밌겠다고 깔깔거리며 상상했어. 그런데 짜잔! 유영이가 준비해온 깜짝 선물, 파스텔톤 예쁜 잠옷들이 기다리고 있었지 뭐야. 여섯 명의 잠옷 선택은 사다리타기로 공정하게 진행됐고, 양말은 현영이랑 내가 직접 부산 시장에서 골랐어.

혹시 우리가 20대 흉내 내는 거 아니냐고? 아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벽한 여고생 모드였다고. 각자의 방에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와선, 미스코리아처럼 한 명씩 런웨이를 걸었지. 현영, 유영, 민주, 애진, 은선, 그리고 나, 호뚜니까지… 등장할 때마다 폭소가 터지고, 웃다 웃다 소파에서 데구르르 굴렀어.

아무 눈치도, 허세도, 체면도 필요 없는 우리 사이. 고1, 열일곱 살로 돌아간 듯한 이 시간 속에서 나는 마음이 너무 편하고 따뜻했어.

소파 위 이야기꽃과, 돌아온 런던나잇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생각했어. 그동안 우리 각자도 모르게 많이 힘들고, 아프고, 외로운 시간을 지나왔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런데 그 모든 시간을 이 1박 2일이 몽땅 위로해주는 것 같았어.

3년 전, "곧 또 만나자!" 했지만 시간이 휙휙 지나고 결국 오늘이 되었잖아. 그런데도 여전히 이렇게 만나 웃을 수 있다는 게, 말도 안 되게 감사하고 벅찼어.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직장 이야기까지 뭐든 다 털어놓고 웃고, 위로하고, 편들어주는 우리. 이건 정말 고등학교 친구라서 가능한 분위기야. 35년 동안 전화번호도, 카톡방도 그대로 유지하는 거? 말이 쉽지, 이건 진짜 기적이야.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질 줄이야. 지금도 그대로인 우리 사이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겼어.


해운대의 열정, 그리고 다시 괌에서 만나!

밤이 되자 우린 해운대 바닷가로 나갔어.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고등학교 때 열심히 따라 하던 ‘런던나잇’ 춤을 떠올리며, 비바람을 뚫고 춤을 췄지! 우리는 그걸 **‘해운대나잇’**이라 부르며 열정을 활활 불태웠어.

그리고 이어진 밤샘 게임들! ‘몸으로 말해요’ 영화 맞히기, 한 글자 듣고 노래 맞히기 등등… 7080 시절 노래며 영화며 술술 맞히는 우리, 역시 17살 감성은 여전하더라고. 나는 부산행 좀비를 연기했는데, 은선이가 번뜩 눈치채고 맞히는 순간, 역시 통하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은선이는 내 영원한 스승이야. 고등학교 때 장국영 노래를 한글로 적어서 나한테 중국어를 가르쳐줬거든! 그 덕에 우린 지금도 중국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떼창했어. "라와판워 라브리키 종로루키 시유이치~" (가사는 여전히 엉망이지만 마음은 정확했지!)

부산에 왔으면 어묵, 꼬막정식, 회정식, 커피에 해운대 거리까지! 인생네컷은 못참지

인생네컷 찍으며 추억을 담고, 선글라스 덕분에 본인인지 모를까봐 당당히 인스타그램에도 업로드했습니다.


민주야, 네가 제일 잘 나왔어.
매일 그 새침한 얼굴 보고 싶다니까.



그리고 다시 괌에서! 우리의 끝나지 않을 여행

이제 다시 헤어질 시간이야. 하지만!
다음 목적지는 괌!
‘백원의 기적’이 이번엔 천 원의 기적으로! 하루에 천 원, 한 달에 오만 원씩! 애진 총무가 다시 진두지휘하는 우정 저금이 시작됐어.

51살이 된 지금, 우린 건강이 먼저라는 걸 자연스럽게 말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장난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부디, 내년 괌에서도 이 여섯 명이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우리 삶에 필요한 고비는 감당할 만큼만 오기를.
그리고 다시 이렇게, 여고 시절의 마음으로 마주 앉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칠게.

사랑해, 친구들아.
끝나지 않을 우정으로 우리, 계속 만나자.

“우리, 아직도 여고생이야” – 부산에서 다시 꺼낸 우정의 기억

“하늘보다 높이 웃었던 날” – 엘시티에서 보낸 1박 2일

“그 시절 우리처럼, 지금 우리도” –

여고 친구들과의 여행기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