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8)

by 김유림

*'말잘공잘'은 매주 수요일 밤과 일요일 밤에 연재됩니다.


3장 예를 들어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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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예를 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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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멋진 운동선수를 좋아해.

“멋진 운동선수? 예를 들면?”

“리오넬 메시, 그리고 손흥민 선수 같은 선수!”

“아, 넌 스포츠맨십이 좋은 선수를 좋아하는구나.”


오늘은 엘리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나도 켑모자를 하나 갖고 싶어요.”

“또 그 아야기니? 지난 번에 사준 모자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잖아.”

“하지만 올리는 모자가 있는데도 새로 산 켑모자를 쓰고 학교에 온단 말이에요. 얼마나 멋지다고요.”

“올리가?”

“올리뿐 아니에요. 우리 반에는 켑모자를 쓴 멋진 아이들이 많아요.”

“그래? 오늘은 우리 엘리가 막무가네로 사달라고 조르지 않고, 예를 들어 말하니까, 왜 갑자기 켑모자가 갖고 싶은지 이해가 가고, 엄마 마음이 살짝 움직이는데! 엄마가 한번 생각해볼게.”


네, 엘리 어머니의 말씀이 맞아요! 예를 들어 말하기는 정말 대단한 말하기 기술이에요. 왜 그럴까요?

예를 들어 말을 하면 적어도 두 가지 좋은 일이 일어나요.


1) 하나는 상대가‘알아듣기가 쉽다’는 것이고,

2) 다른 하나는 ‘받아들이기가 쉽다’는 것이에요.


엘리의 어머니는 엘리가 말한 예를 듣고 엘리가 왜 캡모자를 그리 갖고 싶어하는 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신 거예요. 그것을 “마음이 살짝 움직이는데!”라고 표현하신 거죠.


이처럼 자신의 말을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을 ‘설득’이라고 해요. 설득은 우리가 말을 하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말을 잘하려면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이에요.


하지만 설득은 토론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우리는 매일 하는 일상생활에서도 설득하고, 또 설득을 당하면서 살아요. 여러분이 엄마에게 용돈을 더 받기 위해 하는 말도 설득을 위한 것이고, 친구에게 떡볶이집에 함께 가자고 이야기하는 것도 설득을 위한 것이에요. 그리고 여러분이 매일매일 보는 TV 광고들도 모두 설득을 위한 것이죠.


우리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쉽고 힘이 센 방법이 바로 예를-들기랍니다!


그래서인가요?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는 모두 매일 매일 이 예를-들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심지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쓰고 있답니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예를-들기는 우리가 말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설득의 방법이기도 해요.


이 장 맨 앞부분에서 엘리와 올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대화에서도 예를-들기가 숨어있었답니다.


엘리가 처음 “난 멋진 운동선수를 좋아해”라고 했을 때, 올리는 엘리가 말하는 멋진 선수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예를 들면?”이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엘리가 리오넬 메시 선수와 손흥민 선수를 예로 들었어요.

그러자 올리는 엘리가 말하는 ‘멋진 운동선수’가 어떤 선수를 가리키는지 곧바로 이해했어요. 경기 중에 나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상대편 선수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이기든 지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선수라는 것을요. 이것이 예를-들기가 가진 첫 번째 힘이에요.


어머니에게 켑모자를 사달라고 할 때에도 엘리는 예를-들기를 사용했어요. 이때 엘리는 올리와 반 친구들을 예로 들었어요. 그러자 엘리의 어머니는 엘리의 속마음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죠.

엘리가 공연히 켑모자를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켑모자를 쓴 친구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사달라고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마음이 움직이신 거죠. 아마 며칠 후엔 엘리도 멋진 켑모자를 쓰고 학교에 나타날 거예요. 이것이 예를-들기가 가진 두 번째 힘이에요.


그게 다가 아니죠.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예를-들기를 사용해 설명해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여러분이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예요.

바로 앞에서 이 책이 설득에 관해 설명할 때에 세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어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직접 찾아서 메모장에 적어보세요. 이렇게 스스로 예를 찾아보면 '예를 들기'가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 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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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처럼 끊임없이 예를-들기를 사용해 말을 해요.

얼마나 많이 사용하냐고요? 예를-들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자기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할 수 없을지 모를 정도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가장 쉽고’,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하기 기술인 예를-들기를 정확히 사용하는 법을 하나씩 익히고 훈련하려고 해요. 그러려면 우선 예를-들기가 과연 어떤 말하기 기술일까부터 정확히 알아야겠죠?



이건 예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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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기는 말 그대로 자신의 주장을 예를 들어 내세우는 말하기 기술이에요. 따라서‘주장-예’ 또는 ‘예-주장’이라는 간단한 겉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럼으로써 예가 주장을 더 강하게 만들어서 듣는 친구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요. 그래서 주장을 ‘중심 내용’, 예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도 불러요.


그런데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듯이 설득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가운데서도 ‘설명-하기’는 우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여 상대를 설득하는 데에 예만큼이나 매우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바로 여기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요!

그것은 여러분이 ‘예를-들기’와 ‘설명-하기’를 헷갈리기가 쉽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은 예를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예가 아니고 설명인 때가 종종 있어요. 심지어 어른들도 그래요.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른 설득의 방법이고, 사용하는 때와 효과가 서로 달라요. 때문에 서로 다른 점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다른지 잠시 살펴볼까요?


우선 예란 무엇일까요?

‘예시’ 또는 ‘사례’라고도 부르는 ‘예’는 원래 ‘본보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예를-들기란 상대에게 대표적인 본보기를 보여주는 거예요.

가령 ‘과일’의 예는 사과, 복숭아, 수박, 망고, 바나나 등이에요.

보통 ‘예를 들어’ 또는 ‘예를 들면’과 같은 말과 함께 사용해요.

‘과일의 예를 들면 사과, 복숭아, 수박, 망고, 바나나 등이다’ 또는 ‘예를 들어 사과, 복숭아, 수박, 망고, 바나나는 과일이다’처럼요.


하지만 설명은 달라요.

‘설명’이란 어떤 것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말이예요.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에 나오는 해설이 대표적인 설명이에요.

국어사전에 실린 과일에 대한 설명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이에요.

보통 ‘~은’, ‘~이란’이나 ‘설명하자면’, ‘다시 말해’와 같은 말과 함께 사용해요.

‘과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다’나 ‘과일이란 설명하자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를 가리키는 말이다’처럼요.


정리하자면, 예와 설명은 둘 다 여러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을 해요. 하지만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 역할을 하지요. ‘예’는 그것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설명’은 그것에 관해 자세하게 알려주는 거죠.



예일까? 설명일까?


그럼,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 가운데 어느 것이 예인지, 아니면 설명인지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장하는 말에 이어 ‘예를 들어’라는 말이나 ‘설명하자면’, ‘다시 말해’와 같은 말이 들어있는지를 살펴보세요. ‘예를 들어’라는 말이 들어 있으면, 그것이 예이고, ‘설명하자면’, ‘다시 말해’와 같은 말이 들어있으면 그것이 설명이에요. 아주 쉽지요?


그러나 만일 그런 말들이 들어있지 않으면,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 앞에 ‘예를 들어’를 붙여보세요. 그래서 말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면 그것이 예에요. 또는 ‘설명하자면’이나 ‘다시 말해’를 붙여보아 잘 어울리면 그건 설명이죠.


무슨 말인지, 아리송한가요? 그럼 여기에서도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다음 두 예는‘꾸준히 노력해야 성공을 해요’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들이에요. 어떤 말이 이 주장에 대한 예이고, 어느 말이 설명일까요?


1) 노력이란 성공에 다가가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

2) 토머스 에디슨은 2398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백열전구를 발명해냈어요.


여러분, 2번이 ‘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나요? 맞아요! “꾸준히 노력해야 성공을 해요. 예를 들면 토머스 에디슨은 2398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백열전구를 발명해냈어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자연스럽죠?


1번은 ‘설명’이에요. “꾸준히 노력해야 성공을 해요. 설명하자면 노력이란 성공에 다가가는 과정이에요.” 이렇게 말해도 어색하지 않아요.


이처럼 설명도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예를-들기를 사용해 말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볼 거예요. 왜냐하면 예가 설명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듣는 사람을 설득하기 때문이에요.

무슨 뜻이냐고요? 앞에서 보았듯이, ‘멋진 운동선수’라는 말에 붙은 ‘멋진’이라는 설명보다, 메시와 손흥민 선수라는 예가 엘리가 말하려는 뜻을 더 빠르게 그리고 잘 이해하게 한다는 거예요.

‘과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다’라는 설명보다 ‘과일이란 예를 들면 사과, 복숭아, 수박, 망고, 바나나 등이다’라는 말을 우리의 뇌가 더 빠르게 이해하고 잘 받아들이게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또 ‘노력이란 성공에 다가가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라는 설명보다 ‘토머스 에디슨은 2398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백열전구를 발명해냈어요’라는 말이 ‘꾸준히 노력해야 성공을 해요’라는 주장을 더 강하게 뒷받침한다는 것이죠.


“열 개의 설명보다, 한 개의 예를!”이라는 뇌과학자들의 말이 그래서 나온 거예요. 따라서 여러분이 이 단원에서 예를-들기를 잘 익히고 나면, 상대가 그 누구든 여러분의 의견과 주장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될 거예요!

어때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이런 일은 동화에 나오는 마법사가 주문을 외울 때나 일어나는 게 아닌가요? 멋지겠죠? 자, 그럼 이제 마법의 주문을 배우러 함께 떠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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