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과 함께 읽어왔던 이문열의 <삼국지> 10권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하늘 아래의 큰 흐름은 나뉘면 다시 아우러지게 되어 있다던가. 이로써 이웃나라 솔밭처럼 나뉘어 서고, 꽃답고 빼어난 이들 구름같이 이러 다투며 치닫던 온 해는 다했다. 착한 이 모진 이 가릴 것 없이 모두 죽고, 힘센 이 여린 이며 고운 이 미운 이 또한 모두 죽어, 이제는 한결 같이 끝 모를 때의 흐름 저쪽으로 사라졌다.
그걸 위해 한 번뿐인 삶을 피로 얼룩 지우거나 모진 아픔에 시달리고, 또는 외로움과 고단함 속에 내던진 그들이 저승에서 뉘우치고 있지 않다 뉘 잘라 말할 수 있을 것이랴.
신랑과 잠깐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사려 깊고 용맹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때로는 동지로, 때로는 적으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눴던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도 열심이었을까?
삶에 대한 후회는 없었을까?
왜 그들의 후손들은 그들 만큼 용기 있지도, 올바른 판단도 내리 못한 체 부끄럽고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을까?
질문이 꼬리를 물고 흘러 흘러 '똑똑한 사람, 돈 많은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지혜가 많은 사람. 이 사람들 중 가장 부럽고, 닮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자기감정을 잘 절제할 줄 하는 사람'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아무리 정치적 모함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맨탈로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
불쾌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이 야 말로 성숙함의 끝에 서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아이들을 품에 끼고 있을 때, 감정을 잘 조절하는 성숙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 그러게..."
한동안 신랑과 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우리 집에는 이제 성인이 4명, 청소년이 1명이다. 그동안 엄마 아빠 노릇하느라 큰소리, 잔소리만 해왔던 우리의 모습에 제대로 된 어른의 모습은 과연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제 성인이 된 두 아이에게 지금이라도 성숙한 부모의 모습이 비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