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이에게 감사를

by 패미로얄
제스퍼 안네뜨 레이크

딸아이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날이다. 공부하느라 하루 한 끼도 간신히 챙겨 먹는다는 아이를 생각하면 건강한 음식들만 가득 담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먹을 수 있는 밀프랩이라도 잔뜩 만들어 보내고 싶은 생각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음식을 못한다. 레시피까지 꼼꼼히 살펴가며 열심히 요리를 하지만 결과는 노력만큼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리 밀프랩 영상을 돌려보기를 반복해도 그들이 말하는 완벽한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을 만들어 보내기로 했다. 크림 파스타, 시금치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소고기 카레. 냉동상태로 보내면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서 먹을 수 있고, 그럼 아이의 시간을 그만큼 절약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보다 음악을 더 사랑하는 신랑은 아침 일찍 일어나 기타를 잡았다. 색소폰을 불고 싶지만 어제 나한테 시끄럽다고 한소리 들은 터라 살짝 삐진 것 같다. 기타 줄을 튕기는 신랑의 손이 점점 리듬을 타는가 싶더니 속도가 빨라지고 볼륨이 점점 높아져 갔다. 그러더니 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신랑의 별명은 '배짱이'다. 남들 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물론 여기서 남들이란 콕 집어서 성격 급한 나를 가리킨다.) 꼭 옆에서 기타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켜거나 색소폰을 불기 때문이다.


아이의 짐이 정리가 되어가는 만큼 나의 마음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기타 소리에 나의 짜증게이지가 높아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옆에서 감자라도 까주면 얼마나 좋아!'

그때 딸아이가 나오더니 아빠옆에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딸아이 덕분에 신랑의 기타 스트림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둘은 박장대소까지 해가며 팝송부터 시작해서 쿨의 전설의 여름노래까지 소환해 내었다.


인생의 반을 살았건만 난 자주 중요한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 항상 눈앞에 할 일 때문에 무엇이 중요한지 놓칠 때가 많다. 아이는 냉동실에서 파스타를 꺼낼 때마다 잠깐 내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전혀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면 아이는 아빠와 함께 노래를 불렀던 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행복감에 아이의 지친 마음이 재충전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거리 운전이 많은 신랑은 항상 음악을 듣는다. 혼자일 수밖에 없는 그 시간이 딸과 함께 했던 추억으로 채워져 외롭고, 졸리고 힘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용히 도마 위에 칼을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두 사람을 영상으로 담았다. 언젠가 난 이 영상을 돌려보며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두 사람으로 인해 행복한 추억에 빠질게 분명하니 말이다. 5일 동안 우리 가족은 5명 완전체였고, 오늘 큰아이가 기숙사로 돌아가면 4명, 그리고 아들까지 기숙사에 입실하면 이제 우리 가족은 단출하게 3명이 된다. 우리가 함께하는 지금의 시간들이 미래의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올지 잠깐만 생각해 보면 배짱이 남편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발동동 구르며 달리기만 하는 나를 잡아두는 배짱이 남편에게 감사를 보내며, 잠시 서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하게 관심을 쏱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도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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