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첩

by 패미로얄
Alberta Hinton Kelly's bathtub

올해는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 항상 계획만 무성하게 담아놓고 제대로 지키지 못한 빈칸들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책상 위에는 2년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Q&A 노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5년 동안 매일 한 줄로 그날의 마음을 적어 넣을 수 있는 기록 노트이다. 5년이라는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록 방식이다. 물론! 꾸준하게 쓴다면 말이다.


나의 기록책에는 대체로 1월부터 3월, 그리고 10월부터 12월까지만 기록이 남아 있다. 핑계를 대자면, 햇살 좋은 캐나다의 4월에서 9월은 한 줄의 기록도 남길 수 없을 만큼 너무 빠르고 분주해서 기록할 틈조차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나는 연초에 야심 차게 계획을 세우고, 연말에 겸손하게 반성하는 평범한 사람의 패턴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반복 속에서도 3년째 이 노트를 붙잡고 있는 나를 꾸준하다고, 장하고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작년 6월의 한 페이지에는 텅 빈 메모란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서두르지 마, 늦지 않았어.'

아마 반년쯤 흘러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을 나에게 보내는 위로였을 것이다.


가끔 묻는다.

정말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누구도 답해 줄 수 없는 이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나의 미래의 시간을 위해 지금 현재에 흔들리지 않게 묵직하게 닷을 내려본다.

비록 연초와 연말에만 기록되어 있는 반쪽 자리 나의 노트일지라도, 시작과 끝이 기록된 이 작은 수첩이 5년을 다 채웠들땐, 포기하지 않고 많은 꿈을 꾸었던 나 자신을 칭찬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