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by 패미로얄
에드먼턴 저녁산책 길


우리 부부는 계절이 허락하는 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주 산책을 나간다. 해가 갈수록 말라가는 나의 몸과는 달리, 계속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신랑의 몸이 걱정되어, 움직이기 싫어하는 신랑을 끌고 억지로 나서는 산책이다. 신랑보다 늘 급하게 앞서는 나지만 '그렇게 혼자 앞서서 갈 거면 앞으로 혼자 걸어!'라고 토라지기라도 할까 봐 빨라지는 나의 걸음을 통제해 가며 신랑의 보폭에도 비위를 맞춘다.


가끔 속상한 일이 생기거나 깊은 고민에 빠질 때면 늘 혼자 산책에 나섰다. 마주치는 친구들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나의 겉 표정과는 달리, 내가 혼자 걷고 있다는 건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은 유난히 혼자 걷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이 하나도 없는 고요한 집에 홀로 맞이한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도 됐으련만 무서운 습관 때문에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 또한 습관적으로 이끌려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을 했다. 10분도 채 안 되는 이 짧은 루틴은 가끔 내 몸에 대한 미안함을 달래기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하지도 않는 팩을 얼굴에 붙이고 빵 위에 버터를 올렸다, 빵이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커피 머신에서 풍기는 커피 향이 어우러져 부엌을 가득 채웠다. 맛보지도 않은 아침식사의 풍미가 코를 통해 입으로 전해졌다.

오늘 아침에는 유튜브 영상이나 드라마에 정신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쪽 귀를 에어팟으로 단단히 봉인하고 박완서 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박완서 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작가가 자신을 이렇게 솔직히 내보일 수 있을까? 누구나 겪었을 모든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오히려 그의 글을 더 깊이 있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미처 내가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해 주는 용감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11월의 어느 토요일, 산책 대신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걸어 보았다. 50을 맞는다는 건, 어쩌면 이런 고요한 순간들이 조금씩 더 늘어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둘이 함께일 수 없으니 혼자만의 산책에도 자연스레 익숙해 저야 할 것 같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