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심이 ADHD가 되지 않기를

by 패미로얄
나의 열심이 ADHD가 되지 않기를


10대의 난 별로 기억이 없는 걸 보니 평범한 청소년이었던 것 같다.

20대의 난 팽팽하게 부푼 풍선처럼 여기저기 두둥실 떠다니며 세상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며 신나게 나의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30대의 난 약간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고도를 낮추고, 떠다니는 속도도 늦췄으며, 내 의지대로 날아가기보다는 내 표면에 닿는 사람들의 손길, 나를 밀어내는 바람에 밀려 흔들리기도 했다.

40대의 난 처음으로 내가 터질 수도 있구나... 내가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구나... 그리고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근을 하던 남편이 따뜻한 눈길로 한마디 건넨다.

"수업도 없는데 낮잠 좀 자!"

"낮잠? 내가 낮잠 자면 아프다는 뜻인데... 잘까?"

"어이구! 아니다~ 아니야!"


참 열심히 살아왔다.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항상 늘 뭔가를 열심히 하며 24시간을 채워왔다.

50대를 앞둔 난 두려움이 앞선다. 나의 열심이, 나의 부지런함이 미래의 나를 위한 힘찬 발돋움이었는지, 아니면 닿을 수 없는 미래를 위한 조급한 발버둥이었는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곳을 오랫동안 집중하며, 내 눈에 담겨있는 그 하나만을 담백하게 느끼며 조물주의 예술 감각에 감탄할 수 있는 느긋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한 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10분 이상 한곳에 집중하는 게 어려워졌다. 내가 명상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시니어 베테랑 작업치료사인 신랑이 어느 날 문득 이런 말을 했다. 물론 농담반 진담반이었겠지만 적잖이 충격이 되었던 말이다.


"이 정도면 당신은 진짜 성인 ADHD 진단 나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상을 해보았다. 손자손녀들을 돌보고 있는 할머니가 된 나의 모습.

ADHD할머니라니! 상상만 해도 섬뜩해져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 흉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아름다운 곳에 오랫동안 시선을 주며 충분히 감동받고 촉촉해지는 눈의 여유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예쁘고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단어들을 골라 상대방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말의 여유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급함에 쫓기는 발걸음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고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의 여유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ADHD할머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