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센트의 선한 일

by 패미로얄

오랜만에 장을 보기 위해 한인마트에 갔다. 정말 오래간만인가 보다. 1불을 넣어야 쓸 수 있었던 쇼핑카트가 25센트짜리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지갑에 다행히 25센트 동전이 있어서 무사히 쇼핑을 마칠 수 있었다.

짐을 트렁크에 옮겨 싣고 카트를 제자리에 두려는데 멀리서 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제가 1불 드릴게요. 카트 져 주세요~~"


예쁜 검은색 원피스에 빨간 립스틱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할머니 한분이 길도 완전히 건너기 전에 손짓을 하며 내 이름을 부르듯 외치셨다. 시원해 보이는 짧은 커트머리에 달랑거리는 작은 링 귀걸이가 할머니의 이미지를 더욱더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이게 하는 듯했다.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1불을 들어 흔들어 보이시며 나에게 다가오셨다.


"저, 카트가 1불이 아니에요. 25센트로 바뀌었네요."

"어머? 정말요? 어째~~~ 25센트요? 어머나 어째~~"


황급하게 가방을 뒤적거리시는 할머니는 25센트를 찾으시느라 몹시 당황스러워 보이셨다. 카트가 1불이던 시절에는 지갑에 25센트만 보이더니, 25센트로 바뀐 지금은 지갑에 1불만 남아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요즘 아이들은 줍지도 않는다는 25센트 동전, 난 동전을 굳이 회수하지 않고 미련 없이 카트를 할머니 쪽으로 밀어 드렸다.


"그냥 쓰세요~"


이런 배려에 아마 모든 사람들은 '고마워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뜻밖의 답변은 오랫동안 예쁜 기억으로 남았다.


내손을 꼭 잡으신 할머니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의 이름으로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오늘 도네이션 할게요."


당연히 들을 줄 알았던 '고마워요'라는 말은 없었다. 대신 그보다 훨씬 기분 좋고 아름다운 말을 들었다. 아줌마도, 애기엄마도 아닌 '그대'라고 불러준 그 한마디에 짧지만 깊은 존중이 느껴졌다. 또한 '그대의 이름으로'라는 부분에서 이미 나의 작은 배려에 대한 모든 칭찬을 받은 듯했다.

단 25센트의 작은 선행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으로 이어졌는지는 나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나의 25센트가 카트 속에서 돌고 돌아 이날 하루 미처 잔돈을 준비하지 못한 모든 손님들의 당황스러운 마음을 괜찮다고 달래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짧은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수 있는, 작은 체구의 거인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거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