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a의 디지털화
이스터는 『가짜 결핍』에서 충격적인 장소를 방문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블랙파이어 이노베이션. "73곳이 넘는 업체와 제휴를 맺어" 운영되는 이곳은 단순한 카지노 연구소가 아니다. 어도비, 인텔, LG 같은 테크 기업들이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연구하는 것은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라캉은 우리가 욕망하는 대상을 '대상 a(objet petit a)'라고 불렀다. 이것은 욕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욕망의 원인이다. 우리는 그것을 얻으려 하지만 결코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상 a는 본질적으로 비어있기 때문이다.
슬롯머신은 대상 a의 완벽한 구현이다. 시 레드라는 천재가 1980년에 혁명을 일으킨다. 그는 당첨 확률을 3%에서 45%로 높이고, '승리의 탈을 쓴 패배'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1달러를 걸고 50센트를 따도 '이긴 것'처럼 느끼게 만든 것이다.
노르웨이 연구진의 발견이 충격적이다. "인간의 뇌가 승리의 탈을 쓴 패배를 작은 패배가 아니라 작은 승리로 인식한다." 우리는 잃으면서도 이긴다고 착각한다.
결핍의 고리
대니얼 살은 이를 '결핍의 고리'라고 설명한다. 세 가지 요소가 핵심이다.
기회의 발견: "보상에 측정 가능한 위험이 얽혀 있기 때문"에 매혹적이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 "언제 받을지가 불확실하면 우리는 행동에 크게 몰입한다."
즉각적 반복 가능성: "슬롯머신은 성과를 확인하는 데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구조가 낯설지 않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모두 같은 메커니즘이다. 스크롤은 슬롯머신의 레버다. 다음 콘텐츠는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다. 15초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특히 '유사 성공(near miss)'의 개념이 교묘하다. "유사 성공이 빈번히 나타날수록 사람들이 도박을 지속하는 시간이 33퍼센트 늘어난다." SNS의 좋아요가 99개일 때 100개를 기다리는 초조함. 구독자가 999명일 때 1000명을 갈망하는 조급함.
상상계의 함정
소셜미디어는 라캉이 말한 '상상계'의 극치다. 상상계는 거울 단계에서 형성되는 자아의 영역이다. 아이가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저것이 나다"라고 착각하는 순간. 하지만 거울 속 이미지는 실제 자아가 아니다.
인스타그램은 거대한 거울이다. 우리는 필터로 보정된 이미지를 올리고, 그것을 자신이라고 믿는다. 타인들도 보정된 이미지를 올린다. 모두가 거울 속 환상을 진짜라고 믿는다.
문제는 이 환상이 결코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아요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타자의 인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자의 욕망은 수수께끼다. 우리는 결코 타자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어제 밤, 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리고 다시 깔았다. 그리고 또 삭제했다. 이 우스꽝스러운 반복 속에서 깨달았다. 나는 거울 없이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을. 필터 없는 내 얼굴이 낯설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