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프로이트, 운명을 넘어 무의식으로

by 홍종민

빈의 혁명가를 만나다


2018년 겨울, 나는 처음으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펼쳤다. 새벽 2시, 24시간 서점의 구석진 자리.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는 무작정 심리학 코너로 향했고, 먼지 쌓인 책들 사이에서 낡은 번역본을 발견했다. 1900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1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간 정신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었다.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다 (Der Traum ist der Königsweg zum Unbewussten)."

이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주를 보면서 늘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공백, 설명할 수 없는 인간 행동의 모순들이 갑자기 이해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는 운명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운명보다 더 강력한 것, 우리도 모르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유대인 의사였던 그는 신경증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혁명적인 발견을 했다.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이라는 것. 우리가 의식하는 마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수면 아래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이 발견은 인간관 자체를 뒤흔들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나는 꿈꾼다, 고로 존재한다"로의 전환이었다.

사주명리학도 비슷한 전제를 갖고 있었다. 천간(天干)은 드러난 의식, 지지(地支)는 숨겨진 무의식. 특히 지장간(地藏干)은 평소에는 숨어있다가 특정 대운이나 세운에서 튀어나오는 잠재 의식이었다. 프로이트를 읽으면서 나는 동양의 고대 지혜와 서양의 현대 심리학이 같은 진실을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오한 존재라는 진실을.


히스테리 환자들의 비밀


프로이트의 초기 연구는 히스테리 환자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19세기 말 빈에는 원인 모를 신체 증상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았다. 마비, 실명, 발작... 의학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증상은 실재했다. 프로이트는 이들의 증상이 억압된 심리적 갈등의 신체적 표현임을 발견했다. 몸이 마음의 비밀을 대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상담실에서 비슷한 사례들을 수없이 만났다. 2019년 봄, 서른두 살의 여성이 찾아왔다. 원인 모를 두통으로 5년째 고생하고 있었다. MRI, CT 등 모든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그녀의 사주를 보니 강한 상관(傷官)이 있었다. 창의적이고 표현력이 강한 에너지인데, 그것이 억압되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혹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못하고 계신가요?"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알고 보니 그녀는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회계사가 되었다. 매일 숫자와 씨름하면서 그녀의 창조적 영혼은 질식하고 있었다. 두통은 억압된 상관 에너지의 신체적 표현이었다. 프로이트가 말한 '전환 히스테리(conversion hysteria)'와 같은 현상이었다. 마음의 갈등이 몸의 증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녀와 6개월간 상담하면서 나는 사주 해석과 정신분석을 함께 사용했다. 상관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표출할 방법을 찾았다. 퇴근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주말엔 미술 동호회 활동을 했다. 놀랍게도 두통은 서서히 사라졌다. 창조적 에너지가 적절한 출구를 찾자 신체 증상이 불필요해진 것이다. 프로이트가 안나 O 사례에서 보여준 것처럼, 억압된 것을 의식화하면 증상은 사라진다.


오이디푸스의 그림자


프로이트의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론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였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처럼, 모든 남자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독점하려는 욕망을 갖는다는 이론. 처음 읽었을 때는 황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부자 갈등을 보면서, 이 이론의 통찰을 이해하게 되었다.

2020년 여름, 마흔다섯 살의 사업가가 찾아왔다. 그는 평생 아버지와 갈등 관계였다. 아버지도 사업가였는데, 아들이 무엇을 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성공한 지금도 여전히 비판적이었다. 그의 사주에는 강한 칠살(七殺)이 있었다. 권위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에너지. 하지만 그 에너지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병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아버지를 이기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인정받고 싶으신가요?"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둘 다예요. 이기고 싶으면서도 사랑받고 싶어요."

이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핵심이었다. 아버지와 경쟁하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는 모순된 감정. 프로이트는 이 갈등이 초자아(superego)를 형성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권위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검열하고 처벌하는 내적 심급. 그의 경우, 아무리 성공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강력한 초자아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비판적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었다.

정신분석적 접근으로 그의 무의식을 탐색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너는 나를 뛰어넘을 수 없어"라고 했다. 그 말은 저주이자 예언이 되어 그를 지배했다. 아무리 성공해도 '아직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살의 도전 에너지가 오이디푸스적 갈등과 만나 자기 파괴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었어요. 할아버지와 어떤 관계였는지 아시나요?"

조사해보니 할아버지도 똑같았다. 3대에 걸친 부자 갈등의 대물림. 사주의 칠살은 개인의 기질이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방식은 가족의 무의식적 역사에 영향받는다. 프로이트가 말한 '가족 로맨스(family romance)'가 대물림되고 있었다.


꿈의 작업, 운의 작업


프로이트는 꿈을 '소원 충족'이라고 했다. 낮에 이루지 못한 욕망이 밤에 위장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꿈의 작업(dream work)'이라고 명명했다. 압축(condensation),

전치(displacement),

상징화(symbolization),

이차 가공(secondary e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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