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전이와 역전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by 홍종민

상담실의 보이지 않는 손님들


2019년 봄, 오후 3시. 한 중년 남성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첫 만남이었지만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마치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학생 같은 기분.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나는 이미 위축되어 있었다.

"젊은 사람이 사주를 본다고 해서 왔는데... 제대로 볼 수 있겠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쉰세 살, 대기업 임원. 그의 사주를 펼쳐보니 강한 편관(偏官)과 상관(傷官)이 대립하고 있었다. 권위에 도전하면서도 권위를 행사하는 모순적 구조.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사주 너머의 무언가였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평소와 달리 말을 더듬었고, 설명이 장황해졌으며,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치 까다로운 교수님 앞에서 발표하는 대학원생처럼. 그때 프로이트가 발견한 '전이(transference)' 현상이 떠올랐다. 그는 나에게 누군가를 투사하고 있었고, 나는 그 역할에 말려들고 있었다.

"제가 누구를 닮았나요?"

그는 깜짝 놀랐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를 보면서 누군가가 떠오르시는 것 같은데요. 제 나이 또래의 누군가."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아들... 제 아들과 똑같은 나이예요. 서른둘."

알고 보니 그는 아들과 10년째 연을 끊고 있었다. 의대를 보냈지만 아들은 중퇴하고 음악을 한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그 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가 나에게 보인 공격성은 아들에 대한 분노였고, 동시에 그리움이었다. 전이는 과거의 관계를 현재에 재연하는 무의식적 극장이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저에게 해보세요."

"그럴 수는..."

"저를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말씀해보세요."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10년간 억눌렀던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권위적인 아버지의 가면 뒤에 숨어있던 상처받은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이는 단순한 투사가 아니라 치유의 기회였다. 과거의 관계를 현재에서 다시 경험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


역전이의 거울


전이가 내담자의 투사라면,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상담자의 반응이다. 내담자에 의해 유발되는 상담자의 감정, 생각, 신체 반응. 프로이트는 처음에 이것을 방해물로 봤지만,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가장 중요한 치료 도구로 본다.

2020년 여름, 스물여섯 살의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 나는 강한 보호 본능을 느꼈다. 마치 상처받은 새끼 고양이를 본 것처럼. 그녀의 사주를 보기도 전에 이미 나는 그녀를 돕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사주는 약한 일간에 칠살(七殺)이 과다했다. 외부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구조. 실제로 그녀는 직장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과도한 보호 욕구는 뭔가 이상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나는 계속 그녀에게 조언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심지어 "제가 그 상사에게 전화해볼까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완전히 전문가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것은 내 역전이였다.

나는 그녀에게서 누구를 보고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여동생.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여동생. 내가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것이 20년 후 상담실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제가 너무 과보호하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오히려 고마워요. 아무도 저를 이렇게 걱정해준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제 감정이 당신을 위한 것인지, 제 과거를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해요."

역전이를 의식하자 상담이 달라졌다. 나는 구원자가 되려는 충동을 내려놓고, 그녀가 스스로 힘을 찾도록 도왔다. 그녀의 칠살은 파괴적 에너지가 아니라 극복의 힘이 될 수 있었다. 6개월 후, 그녀는 부당한 대우에 맞서 노동청에 신고했고,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선생님이 저를 구해준 게 아니라, 제가 저를 구할 수 있다고 믿어주셔서 고마워요."


사주 속의 전이 패턴


흥미롭게도 사주는 전이 패턴을 예측하는 지도가 되기도 했다. 특정한 육친(六親)이 강한 사람들은 특정한 전이를 보였다.

편인(偏印)이 강한 사람들은 상담자를 '이상한 어머니'로 보았다. 돌봐주기를 원하면서도 거부하는 양가감정. 한 내담자는 "선생님이 따뜻한데 차가워요"라는 모순적 표현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다. 겉으로는 돌봐주지만 정서적으로는 냉담했던.

편관(偏官)이 강한 사람들은 상담자를 '도전해야 할 권위'로 봤다. 계속 내 해석에 반박하고, 전문성을 시험하고, 논쟁을 걸었다. 한 청년은 매번 상담 전에 사주 책을 공부해와서 나를 테스트했다. 그의 아버지는 독재적인 교수였고, 그는 평생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싸워왔다.

식상(食傷)이 강한 사람들은 상담자를 '청중'으로 만들었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고, 내 반응을 관찰했다. 한 예술가는 3시간 상담 중 2시간 반을 혼자 말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관객이었다.

2021년 봄,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내담자의 사주를 보고 전이 패턴을 예측한 다음, 실제 전이와 비교했다. 정확도는 약 70%였다. 사주가 전이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실제 전이는 더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한 여성은 정인(正印)이 강해서 나를 '이상적 어머니'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나를 '라이벌'로 봤다. 알고 보니 그녀의 어머니가 상담사였고, 그녀는 어머니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 사주는 가능성이지만, 개인사가 그것을 구체화한다.


침묵의 대화


전이와 역전이는 말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몸짓, 표정, 자세,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 이 모든 것이 무의식적 소통의 채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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