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배신할 때 - 마음이 만든 질병의 진실

by 홍종민

몸이 배신할 - 마음이 만든 질병의 진실


단전, 단수가 되면 최소한의 품위 유지가 불가능하지만 산소 공급이 끊기면 생명 유지가 불가능하다.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는 절대 요소다. 허파가 들이마신 산소를 적혈구가 온몸 곳곳으로 운반한다. 적혈구는 산소를 이고 지고 택배 배달원처럼 길을 떠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결국 다른 통로를 찾는다. 통로가 바로 몸이다. 김서영 교수는 "프로이트는 '몸의 공모' '증상 형성의 '이라는 표현들을 사용합니다. 몸이 우리의 생각을 도와준다는 거죠"(김서영, 2024: 72)라고 했다. 레이디 가가가 섬유근육통으로 고통받으며 세계 투어를 중단했을 때처럼, 몸이 마음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거다.


가가의 몸이 보낸 경고 신호


레이디 가가의 섬유근육통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ive Foot Two>에서 "고통이 너무 심해서 쉬기도 힘들다" 눈물을 흘렸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무대 위의 슈퍼스타였지만, 이면에는 말로 표현할 없는 고통을 몸으로 견디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가가의 증상을 단순히 과로로만 보면 된다. 그녀가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과거를 보면 깊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19세에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 10 시절부터 시달린 우울증과 불안장애, 그리고 완벽주의적 성향까지.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몸의 언어로 나타난 것이 섬유근육통이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신체화' 바로 이런 현상이다. 하인츠 코헛이 설명한 자기대상 이론으로 보면, 가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온전히 받아줄 존재가 부족했다.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고통을 충분히 표현하고 위로받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없는 말을 몸이 대신한 거다. ' 힘들어', ' 아파', ' 도와줘'라는 절규를 섬유근육통이라는 증상으로 외친 것이다.

주목할 점은 가가가 고통을 숨기려 했다는 사실이다. 수년간 진통제와 항우울제에 의존하면서도 무대에 서려 했다. 이건 단순한 프로 정신이 아니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기 두려워하는 마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몸의 신호를 무시하게 만든 것이다.


브래들리 쿠퍼의 몸이 말하는


브래들리 쿠퍼의 경우는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2018 <A Star is Born>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가 갑자기 알코올 중독을 고백했을 ,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겉으로는 성공한 배우이자 감독이었는데 그런 문제를 겪었을까?

쿠퍼는 <하워드 스턴 >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9세까지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코카인에도 손을 댔다" 말이다. 그리고 이유에 대해 "내면의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서"라고 설명했다. 배우로서 느꼈던 끝없는 불안감,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까지.

김서영 교수는 "학교 가기 싫을 , 하기 싫은 일을 해야 ,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 상황이 난처해서 도망가고 싶을 , 중요한 결정을 보류하고 싶을 , 약한 사람이 되고 싶을 정말 몸이 아픈 겁니다"(김서영, 2024: 72)라고 설명했다. 쿠퍼의 알코올 중독도 이런 맥락에서 있다. 감정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몸이 술이라는 물질을 통해 도피처를 찾은 것이다.

하인츠 코헛의 자기대상 이론으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쿠퍼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충분히 받아줄 존재가 부족했다. 그래서 술이 공백을 메우는 자기대상 역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체물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었다.

흥미로운 쿠퍼가 중독을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점이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 없이도 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깨달았다" 말했다. 몸이 보낸 위험 신호를 제대로 읽고 받아들인 거다. 이후 그는 12년간 금주를 유지하며 진정한 예술적 성취를 이뤄냈다.


몸의 언어를 읽는


화려한 무대 위의 스타들 이야기라고 해서 특별할 없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험 기간만 되면 배가 아픈 학생,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앞에서 두통을 호소하는 직장인, 갈등 상황에서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 아니다.

볼비의 애착 이론으로 보면, 어린 시절 충분히 보호받고 위로받은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몸의 증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강하다. 말로는 '괜찮다' 하면서도 몸은 정직하게 '힘들다'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김서영 교수는 "우린 몸의 공모를 하나의 신호로 읽어낼 있어야 해요.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지 분석할 있어야 합니다"(김서영, 2024: 73)라고 강조했다. 가가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치료받기 시작한 섬유근육통이 호전된 것처럼, 비버가 라임병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바꾼 것처럼, 우리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중요한 증상을 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몸의 증상은 우리 마음의 마지막 SOS.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해결하지 못한 갈등들, 회피하고 있는 현실들이 몸의 언어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기울여보자. 당신의 몸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자.


김서영(2024). 한 사람을 위한 정신분석. 서울: B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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