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똑같다? 사실 그게 삶을 바꾼다

by 홍종민

주위를 보면 너나없이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는다. 이런 현상이 천지다. 특히 근래에 조용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 하나가 ' 자꾸 이럴까'라며 자신의 반복 패턴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이다. 전문가의 진단 없어도 반복으로 인한 고통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피부로 실감한다.

김서영은 "반복의 이유"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로이트는 우리 속에서 반복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심리적으로 중요한 것만이 반복된다고도 말해요"(김서영, 2024: 75). 반복은 그냥 습관이 아니다. 우리 무의식이 해결해야 무언가가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바로 이거다. 반복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야 때다.


반복 속에 숨어있는 무의식의 신호


요즘 산책 나가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매일 오전 9 정각에 같은 길로 걸어가는 50 남성이다. 같은 옷차림, 같은 속도, 심지어 같은 표정으로 걷는다. 어느 대화를 나눠보니 퇴직 3년째 루틴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 그러면 하루가 이상해져요"라고 말하는데, 표정이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퇴직 무너진 일상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안정감을 찾으려는 아닐까.

자세히 들어보니 이분의 반복은 깊은 의미가 있었다. 30년간 회사 다니면서 7 기상, 8 출근, 6 퇴근이라는 확실한 틀이 있었는데, 퇴직 모든 사라졌다고 한다. 처음 달은 자유롭다고 좋아했는데, 점점 '내가 하며 사는지' 모르겠더라는 거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산책 루틴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 같은 속도로 걸으면서 '오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했다' 느낌을 얻으려 거였다.


프로이트의 강박 이론으로 보면 이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무의식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거다. 정해진 역할과 일정이 주던 정체성이 사라지자, 스스로 만든 규칙을 통해 '존재 증명' 하려는 거다. 같은 패턴을 반복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안전함을 확보하고, 동시에 '나는 아직 의미 있는 존재'라는걸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본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반복 행동 하나하나에는 저마다의 심리적 의미가 깔려있다. 융의 관점에서 보면 반복은 개인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집단무의식의 발현이기도 하다. 안전과 예측가능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원시적 본능이 현대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봤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반복 행동 하나하나에는 저마다의 심리적 의미가 깔려있다. 융의 관점에서 보면 반복은 개인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집단무의식의 발현이기도 하다. 안전과 예측가능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원시적 본능이 현대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의미를 창조하는 개인의


그런데 신기한 , 같은 반복이라도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마트에서 자주 보는 40 여성분이 있다.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반드시 장을 보러 온다. 가족들이 집에 후에 혼자서 묵묵히 카트를 끌고 다닌다. 처음엔 그냥 살림을 꼼꼼히 하는 성격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계산하면서 " 시간만은 온전히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는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라웠다. 이분은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도시락 싸고, 8시간 일하고, 퇴근 후엔 바로 아이들 학원 픽업과 저녁 준비에 매달린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위한' 시간만 있을 '나를 위한' 시간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저녁 장보기만큼은 절대 양보할 없단다. 마트의 넓은 통로를 천천히 걸으며 "오늘 해먹을까" 고민하는 30분이, 하루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에 집중할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일까. 장보기라는 일상적 반복 행위가 이분에게는 '자기 찾기' 의식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 장보러 가네"라며 단순하게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하루를 지탱하는 중요한 심리적 장치인 거다.

김서영은 이렇게 설명한다. "의미를 창조하는 자신입니다. 분석을 검색 엔진에게 물어보면 보편적인 의미가 나오죠? 그러나 그건 개별적인 경험 속에서 내가 만드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특수한 경험과 상황을 설명할 없어요"(김서영, 2024: 76).


바로 여기가 포인트다. 반복의 의미는 밖에서 주어지는 아니라 당사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앞서 말한 산책하는 분에게는 '존재 증명' 시간이고, 장보는 분에게는 '자기 찾기' 시간이다. 같은 반복적 행동이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게 바로 팩트다. 반복은 그냥 기계적인 행동이 아니다. 속에는 각자만의 심리적 필요와 욕구가 담겨있다. 산책하는 분은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으려 하고, 장보는 분은 억눌린 자아를 찾으려 한다. 반복되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의미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위니코트의 '참자기' 개념으로 보면 이건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진짜 자신을 찾는 순간. 반복되는 설거지라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낸 것이다.


반복을 멈추게 하는 의미 발견의


그럼 언제 반복이 멈출까? 김서영의 답은 명확하다. " 몸과 마음을 보살피며 내가 조금 편안하게 느낄 있도록 도와주면, 반복은 사라집니다. 꿈속 무거운 짐의 이미지도 사라지고, 무릎도 점차 회복될 거예요"(김서영, 2024: 77).

의미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면 반복의 필요성이 사라진다는 거다. 앞에서 말한 산책하시는 분의 경우를 보자. 자신의 반복 패턴이 '존재 증명' 대한 불안 때문이라는걸 깨달은 변화가 시작됐다.


전부터 이분이 다른 활동들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책도 빌리고, 가끔은 오후에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심지어 구청에서 하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 "처음엔 불안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괜찮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예전과 달라 보였다. 경직된 9 산책 루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다양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였다.


마트에서 만나는 분도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 자신의 장보기가 단순한 살림이 아니라 '자기 찾기' 시간이라는걸 명확히 인식한 , 당당해졌다고 한다. 가족들이 " 장보러 가냐" 말해도 " 소중한 시간이야"라고 대답할 있게 됐다는 거다. 그리고 놀랍게도 30분이 주던 에너지로 다른 시간들도 활기차게 보낼 있게 됐다고 한다.

코헛의 자기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는 자기구조의 안정화 과정이다. 반복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기를 지지했던 것들이, 진짜 의미 발견을 통해 내적 구조로 내재화된 것이다. 이상 경직된 반복 행동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활동들로 확장할 있게 거다.


정신분석과 함께 산다는 순간 의미를 만들어가는 삶이다. 일상의 작은 반복들도, 속에 담긴 무의식의 신호들도, 모두 나만의 의미로 재창조할 있다. 그게 바로 인간이 가진 가장 창조적인 능력이다. 반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나를 발견해가는 여정의 출발점인 거다.


김서영(2024). 한 사람을 위한 정신분석. 서울: B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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