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보면 너나없이 과학적 데이터에만 의존하려 하는 사람들 천지다. 빅데이터가 모든 답을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근래에 조용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 중 하나가 이런 '데이터 만능주의'다. 전문가들의 경고 없어도 직감이나 영감 같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실감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정작 진짜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데이터보다 직감을 더 신뢰한다는 점이다. 조용헌은 "고대의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한 또 하나의 방법은 꿈, 즉 예지몽에 기대는 것이다. 영대(신령스러운 마음)가 밝은 사람은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꿈을 꾼다"(조용헌, 2025: 23)라고 했다. 정확히 그거다. 과학 만능 시대에도 여전히 신령스러운 직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보다 강한 무의식의 힘
현장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힘이 세다. 강한 위력을 지닌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이 무의식의 신호를 무시하고 살아간다. 그게 현실이다.
내가 만난 한 IT 기업 대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첫 직감을 따른다고 했다. "데이터 분석도 하지만, 결국엔 배 속에서 올라오는 느낌이 결정한다"는 거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의 직감적 판단이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작동 원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정보들은 무의식에서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휘발유나 전기 없이는 자동차가 1밀리미터도 움직일 수 없듯, 무의식의 정보 처리 없이는 올바른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일종의 법칙이다.
조용헌의 표현대로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조용헌, 2025: 22)인 거다.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예측한 것도 신통력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축적된 데이터의 힘이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의식적 분석만 믿으려 한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는 거다.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동물적 본능의 놀라운 정확성
여기서 번쩍 깨달은 게 있다. 인간이 가진 동물적 직감이 논리적 분석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가 포인트다.
융이 말한 직관이라는 심리 기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능력 말이다. 논리적 추론을 거치지 않고도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는 그 놀라운 능력이다.
내가 아는 한 의사는 환자를 진단할 때 검사 결과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더 자세히 검사해보면 놓친 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라는 거다. 이게 바로 동물적 본능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아이들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일수록 이런 원초적 감각이 살아있다. 돌잡이에서 아이가 특정 물건을 집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생명력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능력이 퇴화된다는 점이다. 논리적 사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직감이 무뎌지는 거다. 예외가 없다. 모든 사람이 이런 과정을 겪는다.
동물들은 지진이나 쓰나미를 미리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도 원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현대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점 잃어버렸을 것이다.
미래를 여는 신령스러운 능력
이게 핵심이다.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 직관, 영감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영역이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 말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데이터 분석보다 직감을 더 신뢰한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가 선불교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구글이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만으로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꿈은 무의식이 의식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다.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지몽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타로카드나 주역 점괘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개입된 선택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 무의식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용헌의 말처럼 "미래를 내다본 도사들은 선대가 축적해놓은 오랜 경험과 데이터뿐 아니라 지적 생명체인 인간이 지닌 동물적 본성 또한 귀하고 높이 사서 활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조용헌, 2025: 25).
바로 이거다. 과학적 사고와 직관적 지혜를 모두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논리와 계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나 직감이 더 정확한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첫째,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생각의 소음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둘째, 자연과의 교감을 늘려야 한다. 인공적인 환경에만 있다 보면 원초적 감각이 무뎌진다. 셋째, 첫 번째 직감을 믿는 연습을 해야 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면 오히려 올바른 판단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게 현실이다. 21세기는 과학과 신비가 만나는 시대다. 논리와 직감이 조화를 이루는 시대다.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신령스러운 직감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결정적 무기다. 예외가 없다.
조용헌(2025). 팔자를 고치다. 서울: 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