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 앉아 있던 그가 말했다. "저는 왜 이렇게 화가 자주 날까요? 조금만 건드리면 폭발합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폭발할 때, 몸이 어떻습니까?" (한참 침묵하다가) "온몸이 뜨겁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목소리가 커지고, 손이 떨립니다. 제가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바로 여기가 포인트다. 화가 그 사람을 완전히 점령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똑같이 화를 내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다. 이경규 말이다. 수십 년간 '화내는 캐릭터'로 승승장구한 이 남자는 유튜브 '지식인사이드'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내가 화를 내지만 내 마음속에 화가 안 났어요. 육체가 싹 다 화가 나는 게 아니에요. 일부만 화가 나 있는 거야. 나머지로 조절을 해."
둘 중 하나다.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거나.
내 안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산다
주위를 보면 너나없이 화 때문에 고통받는다. 화가 올라오면 온몸이 불타고, 이성이 마비되고, 나중에 후회한다. 생생하게 와 닿는다. 근래에 조용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이 '분노 조절 실패'다. 정신과 상담 예약이 몇 달씩 밀려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감정에 삼켜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 내면은 하나가 아니다. 누구든 그렇다.
심리학자 리처드 슈워츠가 개발한 내면가족체계 치료(IFS)는 혁명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우리 안에는 '참자아(Self)'와 여러 '부분들(Parts)'이 공존한다는 거다. 참자아는 차분하고 지혜롭고 자비로운 중심이다. 마치 집안의 현명한 가장처럼. 하지만 이 중심은 늘 가려진다. 화난 부분, 두려운 부분, 완벽하려는 부분, 상처받은 부분—이들이 앞다투어 나서면서 참자아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회의 중에 상사가 당신의 보고서를 비판했다. 그 순간 당신 안에서 전쟁이 터진다.
먼저 분노한 부분이 칼을 뽑는다. "뭐? 감히 내 보고서를 그따위로 평가해?" 동시에 두려운 부분이 벌벌 떤다. "내가 해고되는 거 아냐?" 수치심을 느끼는 부분도 고개를 든다. "다들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겠지." 완벽주의자 부분이 채찍질한다. "이러니까 안 되는 거야. 더 완벽하게 했어야지."
이 모든 부분들이 동시에 고함을 지르면 어떻게 되는가? 참자아는 사라진다. 완전히 쫓겨난다. 그리고 당신은 폭발한다. 화가 온몸을 점령한 것이다. 1밀리미터도 빈틈없이 화로 가득 찬다. 이것이 이경규가 말한 "육체가 싹 다 화가 나는" 상태다.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다. 이경규는 광고에서 아이스크림에 고함을 질렀다.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겁니까!" 대박이 났다. 사람들은 그 화를 사랑했다. 왜일까? 그 화는 무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가 그를 점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를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의 비밀
그렇다면 이경규는 어떻게 다른가?
여기서 반전이 온다. 그는 화난 부분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자, 너 나가서 소리 질러봐." 하지만 참자아는 객석에 앉아서 지켜본다. "저 친구가 지금 열심히 화내고 있네. 좋아, 계속해."
이걸 심리학에서는 '분리(Unblending)'라고 부른다. 나와 내 감정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화가 아니다. 나는 화를 느끼는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바꾼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부만 화가 나 있는 거야. 나머지로 조절을 해. 그래야지 선을 안 넘죠. 획 가닥 해버리면 큰일 나."
바로 이 지점이다. '나머지'가 있다는 것. 화난 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 관찰하는 부분, 조절하는 부분, 지혜로운 부분도 함께 있다. 그리고 이 '나머지'가 바로 참자아다. 변하지 않는 원리다. 참자아가 살아있으면 화가 나도 선을 넘지 않는다.
40대 남성이 상담실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상사한테 화가 났는데, 처음으로 멈출 수 있었어요. '아, 지금 내 안의 화난 놈이 날뛰고 있구나' 하고 보니까, 갑자기 한 발 물러서지더라고요."
그렇구나. 화와 자신 사이에 틈을 만드는 것. 그 틈이 생명줄이다.
왜 어떤 사람은 화에 완전히 삼켜지는가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경규처럼 못한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화난 부분과 참자아가 완전히 섞여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물과 기름이 아니라 물과 술처럼 완전히 섞인 상태.
내면가족체계 이론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어떤 부분이 너무 강력하면, 그 부분이 참자아를 밀어내고 운전대를 잡는다. 쿠데타처럼. 그러면 당신은 그 부분이 된다. "나는 화다. 나는 분노 그 자체다."
이런 사람들은 화가 나면 온몸이 화가 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이 새빨개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주먹을 쥔다. 뇌과학으로 말하면, 편도체가 폭발하고 전전두피질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이성은 작동을 멈췄다. 오직 화만 남았다. 그 순간, 인간이 아니라 화 덩어리가 된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남성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누가 저를 무시하면, 제 안에 뭔가가 확 올라와요. 그리고 저는 사라집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제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정확히 그거다. '부분에 의한 점령'이다. 참자아가 쫓겨나고, 화난 부분이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내면가족체계 치료는 말한다. "그 부분을 없애려 하지 마세요. 대화하세요."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니? 무엇이 두려워?"
충격적이지 않은가? 화난 부분과 대화하라니. 그런데 이게 진짜 치유의 시작이다. 화난 부분은 사실 당신을 보호하려고 화를 낸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무시당한 상처가 있다면, 화난 부분은 "다시는 무시당하지 않겠어!"라며 공격한다. 이 부분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과잉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선을 넘지 않는 법
이경규가 말한 "그래야지 선을 안 넘죠"라는 한 마디에는 수십 년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는 화를 없애지 않는다. 화를 억압하지도 않는다. 그는 화를 활용한다. 정확히 말하면, 화와 춤을 춘다.
내면가족체계 치료의 핵심이 바로 이거다. 부분들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다. 부분들과 참자아가 협력하는 게 목표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각 악기가 제 소리를 내되, 지휘자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첫째, 알아차린다. "지금 내 안의 어떤 부분이 화를 내고 있구나." 이 순간 참자아가 깨어난다.
둘째, 분리한다. "나는 화가 아니다. 나는 화를 느끼는 사람이다." 화와 나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셋째, 호기심을 갖는다. "화야, 너는 왜 이렇게 애쓰니? 무엇을 보호하려는 거니?" 이 질문이 변화의 열쇠다. 화는 적이 아니라 보호자였던 것이다.
넷째, 통합한다. "화도 내 일부야. 자리를 줄게. 하지만 나를 완전히 점령하게 두지는 않아."
이경규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거다. 그는 화난 부분에게 무대를 준다. "자, 여기서 실컷 화내." 하지만 참자아는 무대 뒤에서 조절한다. "여기까지. 이제 그만."
그래서 그는 생방송에서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참자아가 화난 부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여성이 상담실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20년 동안 화 때문에 가족을 다 잃을 뻔했어요. 그런데 이제야 알았어요. 화가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다는 걸.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고 자란 상처를 보호하려고..."
그녀는 화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고마워. 그동안 날 지키려고 애썼구나. 이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 후 기적이 일어났다. 화가 줄어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화는 그대로인데 그녀가 달라졌다. 화에 삼켜지지 않게 된 거다.
당신 안의 여럿을 알아야 산다
결론은 명백하다. 당신은 하나가 아니다. 당신 안에는 여러 부분들이 산다. 화난 부분, 두려운 부분, 슬픈 부분, 기쁜 부분. 이들은 각자 당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문제는 한 부분이 너무 강해져서 참자아를 몰아낼 때 생긴다. 그때 당신은 "육체가 싹 다 화가 나는" 상태가 된다.
해법도 명백하다. 부분들을 없애려 하지 마라. 부분들과 대화하라. 참자아의 자리로 돌아가라. 그 자리에서, 모든 부분들을 지혜롭게 조율하라.
이경규처럼 말이다. "일부만 화가 나 있는 거야. 나머지로 조절을 해."
그 '나머지'가 바로 당신의 참자아다. 그 자리를 잃지 마라. 그 자리에 있을 때, 당신은 화를 낼 수 있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있을 때, 당신은 감정에 삼켜지지 않는다.
그것이 진짜 삶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해담 사주 명리 상담 : 네이버 엑스퍼트
※ 출처: 유튜브 '지식인사이드' 지식인 초대석 E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