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문을 나서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담사 없이는 자기를 못 본다고. 전문가가 옆에 있어야만 무의식에 닿을 수 있다고.
거짓말이다.
당신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프로이트도 그랬다. 물론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플리스라는 친구가 있었다. 근데 핵심은 이거다. 둘이 같은 도시에 살지 않았다. 매일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 편지로만 연결됐다.
이게 왜 중요한가.
너무 가까우면 못 한다. 매일 보는 사람한테는 자기 안의 더러운 것을 못 꺼낸다. 창피하니까. 판단받을 것 같으니까. 적당히 멀어야 솔직해진다. 그게 인간이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이 나한테 털어놓는 이야기가 있다. 가족한테도 못 한 이야기. 친구한테도 못 한 이야기. 왜 나한테는 하는가.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내가 적당히 멀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그 거리가 솔직함을 허락한다.
자기 분석도 마찬가지다. 혼자 있되, 완전히 혼자는 아닌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머릿속에 누군가를 두는 거다. 그 사람에게 말하듯이 자신을 관찰하는 거다. 일기를 쓰든, 녹음을 하든, 상상 속의 청자를 두든. 방법은 상관없다. 중요한 건 "듣는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이다.
꿈은 포기해라
내담자들이 가끔 묻는다. "제 꿈 해석 좀 해주세요."
나는 거절한다.
꿈 분석은 너무 어렵다. 상징이 넘쳐난다. 맥락이 복잡하다. 전문 분석가도 조심스러워하는 영역이다. 일반인이 혼자서 꿈을 분석하겠다고 덤비면 십중팔구 헛다리 짚는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대신 다른 걸 봐라. 일상의 작은 실수들.
말실수. 깜빡함. 갑자기 튀어나온 엉뚱한 단어.
"잘 가세요"라고 해야 하는데 "안녕히 계세요"가 나왔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다음에 봐요"라고 해버렸다. 이름을 자꾸 틀리게 부른다. 약속을 까먹었다.
이런 건 우연이 아니다.
의식은 거짓말을 잘한다. 무의식은 못 한다. 무의식은 솔직하다. 그래서 입이 꼬이고, 손이 미끄러지고, 발이 엉뚱한 데로 간다. 당신이 의식적으로는 부정하는 마음이 거기서 새어 나온다.
쾨니히는 이런 사례를 든다. "시력이 안 좋은 환자에게 첫 만남에서 '잘 가세요'라고 한 적이 있다. 처음엔 그냥 실수인 줄 알았다. 근데 곱씹어보니 그 환자가 저항이 심해서 힘들었다. 동시에 좋아하기도 했다. 복잡한 감정이었다. 더 파고들었더니 떠올랐다. 우리 어머니. 말년에 시력이 나빠서 고생하셨는데, 어머니도 약간 다루기 어려운 분이셨다. 환자의 눈과 어머니의 눈이 겹쳐진 거다"(쾨니히, 2001: 40).
이게 자기 분석이다. 작은 실수 하나를 놓치지 않고 붙잡는 것. 그 밑에 깔린 감정의 덩어리를 건져 올리는 것. 나는 상담할 때 내담자의 말실수를 절대 흘려듣지 않는다. 거기에 진짜가 있다. 본인도 모르는 진짜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라
증상은 혼자 떠다니지 않는다. 반드시 맥락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을 때 그 감정이 튀어나왔는가.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특정 음식만 먹으면 배가 아프다고 치자. 그럼 사람들은 그 음식을 피한다. 당연하다. 근데 진짜 문제는 음식 자체가 아닐 수 있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둬서 상한 거였을 수도 있다. 음식을 피할 게 아니라 보관 방식을 바꿔야 한다.
심리적 증상도 똑같다.
광장공포증 환자는 거리를 피한다. 혼자 나가면 불안하니까. 근데 누가 옆에 있으면 괜찮다는 걸 발견한다. 그래서 동반자를 찾는다. 환자는 이유를 모른다. 그냥 누가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낄 뿐이다.
진짜 이유는 뭔가. "거리를 걸으면서 느끼는 성욕이나 공격심에 빠져드는 걸 옆 사람이 막아주는 거다. 감독자 역할을 하는 거다"(쾨니히, 2001: 41-42). 이걸 환자에게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환자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남이 말해주는 걸로는 변하지 않는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머리로 아는 것과 온몸으로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게 팩트다.
그래서 자기 분석에선 시간의 흐름을 잡아야 한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가? 비슷한 감정이 또 나타나는가? 그 직전에 뭐가 있었는가? 이렇게 인과관계를 찾아 나가는 거다.
이론은 붕대일 뿐이다
자기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나오는지는 알겠는데, 그게 왜 그런지까지는 연결이 안 된다. 그때 이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