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을 지우지 말고, 나만의 리듬으로 다시 짜라

by 홍종민

증상을 지우지 말고, 나만의 리듬으로 다시 짜라

라캉이 말하는 진정한 치유

어느 날 상담실에서 한 내담자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너무 수줍음이 많아요.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그 순간 나는 자크 라캉의 한 마디가 떠올랐다.

"증상을 지우지 말고, 그 사람만의 결로 다시 짜라."


자크 라캉, 그는 누구인가

자크 라캉(1901~1981)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로, 프로이트의 이론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이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혁명적 개념을 통해 정신분석학을 언어학, 철학, 구조주의와 결합시켰다.

라캉 이론의 핵심은 **"세 가지 계기(레지스터)"**다:

상상계(Imaginary): 거울 속 자신을 보며 형성되는 허구적 자아


상징계(Symbolic): 사회적 질서와 언어의 법칙이 작동하는 영역


실재계(Real):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궁극적 결핍의 차원

특히 그는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욕망이 사회적 관계와 언어적 체계를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즉, 우리는 끊임없이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도 완전한 충족을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영화 '1승'이 던진 질문

이와 관련해 영화 '1승'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수줍음이 많은 선수가 있다. 그는 그로 인해 고민하고, 팀의 약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감독은 조용히 말한다.


"단점을 고치면, 장점도 사라진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우리는 단점과 장점을 따로 떼어낼 수 없다. 수줍음 많은 사람의 섬세함, 고집 센 사람의 끈기, 소심한 사람의 신중함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우리는 흔히 단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줍음이 많으면 자신감을 키워야 하고, 고집이 세면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라캉은 이러한 접근이 우리의 존재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증상은 단순히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직조할 때 실의 매듭이 전체 무늬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의 '결핍'이나 '증상'도 우리만의 고유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무늬를 다시 짜는 과정

라캉이 말하는 '무늬를 다시 짜는 과정'은 단순히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신의 결을 알아가면, 단점을 제거하는 대신 그것이 어떻게 우리만의 리듬을 만드는지 살펴볼 수 있다. 결핍을 억지로 메우려 하면 오히려 본연의 모습이 사라질 수도 있다. 결핍이란 단순한 부족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핍이 만드는 리듬

우리는 모두 어딘가 결핍된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 결핍이 어쩌면 우리만의 리듬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토벤의 난청이 그의 음악에 더 깊은 내적 소리를 담게 했듯이, 우리의 '부족함'이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것은 그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사회의 기준 vs 나만의 박자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잊게 된다. 남들과 같은 리듬을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고유한 박자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일 수 있다.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려 자신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오늘, 당신의 리듬을 찾아서

오늘 하루, 당신의 리듬을 잃지 않길 바란다. 당신의 증상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당신만의 결로 다시 짜여야 할 무늬일지도 모른다.

그 수줍음이, 그 고집이, 그 소심함이 어쩌면 당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들려주는 것이다.

라캉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이것이다: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온전해지려 하라. 당신의 결핍과 증상까지도 포함해서,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오늘도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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