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을 더 믿는가

by 홍종민


환상의 문법으로 읽는 셀럽 열광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저 요즘 유튜브에서 봤는데요. 그 의사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거 너무 좋더라고요. 우리 동네 병원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 하시는데, 이상하게 방송 나오신 분 말씀이 더 믿어져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시작이구나. 방송이라는 권위. TV 화면에 나온다는 것의 힘.

지역 가수와 방송 가수의 노래 실력은 비슷하다. 동네 병원 의사와 방송 출연 의사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에게 열광한다.

왜 그럴까?

이것은 단순히 미디어의 힘이 아니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이것은 대타자의 욕망을 향한 우리의 갈망이다. 그리고 이것을 읽어내는 방법이 바로 환상의 문법이다.


환상의 문법이란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1919년, "한 아이가 맞는다"라는 논문에서 환상이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3번 환상: 의식적이고 안전한 환상. 주체가 말할 수 있는 것.
1번 환상: 억압되었다가 튀어나오는 환상. 화살표.
2번 환상: 완전히 억압된 환상. 주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

환상은 3→1→2의 순서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2번이 먼저 억압되고, 그것이 1번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며, 마지막에 3번이라는 안전한 형태로 의식에 올라온다.

이것이 환상의 문법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3번) 뒤에는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1번)이 숨어 있고, 그 뒤에는 우리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2번)이 억압되어 있다.

왜 환상의 문법인가

프로이트는 이렇게 물었다. "왜 환상은 이렇게 복잡하게 작동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보기 싫기 때문이다.

2번 환상은 너무 부끄럽다. 너무 수치스럽다.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억압한다.

하지만 억압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1번 환상으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조금 더 받아들일 만한 형태로.

그리고 마지막에 3번 환상이 의식에 올라온다. "이건 괜찮아. 이건 말해도 돼." 안전한 형태로.

이것이 환상의 문법이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 뒤에는 이 구조가 숨어 있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환상의 문법으로 대화한다


예를 들어보자.

40대 여성이 상담실에 왔다. "금전운이 어떤가요?" (3번 환상)

상담을 하다 보니 진짜 질문이 나온다. "이직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1번 환상)

더 깊이 들어가니 진짜 욕망이 드러난다. "인정받고 싶어요. 인정받지 못하는 게 너무 괴로워요." (2번 환상)

3번→1번→2번의 순서로 환상이 펼쳐진다.

처음부터 "저 인정받고 싶어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너무 부끄럽다. 너무 직접적이다.

그래서 "금전운"이라는 안전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상담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깊은 층위로 내려간다.

이것이 일상의 대화다. 우리는 항상 환상의 문법으로 대화한다.

친구가 "요즘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3번 환상)

조금 더 솔직해지면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1번 환상)

진짜 욕망은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해. 나 혼자서는 나를 사랑할 수 없어." (2번 환상)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표면의 말 뒤에 진짜 욕망을 숨기고, 진짜 욕망 뒤에 더 깊은 결핍을 숨긴다.

방송 셀럽에 대한 열광도 환상의 문법으로 읽을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에게 열광하는가?

환상의 문법으로 읽어보자.


3번 환상: 의식적이고 안전한 이유


"이 가수 노래 잘하네요."
"이 의사 설명 잘하네요."

표면적 이유다. 안전하다. 누구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실력을 보고 좋아하는 거야. 노래가 좋아서, 설명이 명확해서 좋아하는 거야."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로 그렇게 믿는다. 의식 수준에서는 이게 전부다.


1번 환상: 조금 더 솔직한 이유


하지만 조금 더 파고들면 다른 이유가 나온다.

"방송에 나올 정도면 대단한 거겠지."
"전국구니까 믿을 만하겠지."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이것이 1번 환상이다. 3번 환상보다 조금 더 솔직하다. 방송이라는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걸 말하기 조금 부끄럽다. "나는 권위에 약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솔직해지면 이게 진짜 이유다.

실력이 아니라 승인이다. 방송에 나왔다는 것. 대타자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 이게 우리를 열광하게 만든다.


2번 환상: 완전히 억압된 욕망


그렇다면 2번 환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완전히 억압하고 있는 것.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

이게 핵심이다.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이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 이 의사의 설명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타자에게 물어본다. "방송에 나왔어?" "전국구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대타자가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믿는다. 대타자가 "아니다"고 하면 우리는 의심한다.

주체성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기 싫다. 너무 부끄럽다. "나는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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