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 3탄

by 홍종민

3장. 나이 들면서 돌아오는 것: 시간의 구조와 반복


12년 전에도 비슷한 일 있으셨죠?

상담실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다.

"12년 전에도 비슷한 일 있으셨죠?"

내담자는 소름 끼친다. "어떻게 아셨어요?"

사주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운이 바뀌는 주기, 세운이 도는 주기. 비슷한 기운이 돌아오는 시점.

하지만 사주만으로 아는 게 아니다. 반복강박을 이해하면, 시간의 구조 속에서 패턴이 보인다.

10년 전 실연당한 사람은,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12년 전 사업에 실패한 사람은, 지금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년 전 부모와 갈등했던 방식으로, 지금 배우자와 갈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반복강박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핵심 패턴은 바뀌지 않는다.


비슷하게 돌아오는 것의 의미

나이 들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같은 핵심 기표가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

20대에 "연인에게 버림받음" 30대에 "직장에서 밀려남" 40대에 "파트너에게 배신당함" 50대에 "자식에게 무시당함"

내용은 다 다르다. 연인, 직장, 파트너, 자식. 전혀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핵심 기표는 같다. "버림받음." "배제됨." "무시당함."

둘째, 해결되지 않은 것은 더 강하게 돌아온다.

20대에 가볍게 지나갔던 패턴이, 40대에는 삶을 흔들 정도로 커진다. 왜?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징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억압만 했기 때문이다.

억압된 것은 돌아온다. 그리고 더 강하게 돌아온다.


환상의 문법

맹정현 교수는 프로이트의 "아이가 매를 맞아요" 논문을 해설하면서 흥미로운 분석을 한다.

환상이 변환되는 과정이 있다. 단순히 "같은 환상"이 반복되는 게 아니다. 환상의 형태가 바뀐다.

세 개의 환상이 있다.

아버지가 아이를 때린다 (다른 아이를)


내가 아버지에 의해 때려진다


누군가가 아이를 때린다 (일반적인 장면)


첫 번째 환상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다. "아버지가 내가 싫어하는 아이를 때려줘." 이건 사디즘적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혼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

두 번째 환상은 억압된다. "내가 아버지에 의해 때려진다." 이건 마조히즘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때린다"의 의미가 바뀐다. "때린다 = 사랑한다"가 된다.

왜?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때리는 것이든 아니든, 일단 "관심"이니까. "아버지가 나를 때려요"는 "아버지가 나한테 관심이 있어요"가 된다.

이 환상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억압된다. 의식에 떠오르지 않는다.

세 번째 환상은 의식에 남아 있다. "누군가가 아이를 때린다." 이건 일반화된 장면이다. 나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그냥 "누군가"와 "아이."

표면적으로는 사디즘적으로 보인다. 아이가 맞는 장면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니까.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마조히즘적이다. 맞는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으니까.


때린다 = 사랑한다?

여기서 충격적인 통찰이 나온다.

"때린다 = 사랑한다"라는 등식.

맹정현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때리는 것이 곧 사랑하는 것이 되는 단계가 있을 수 있겠죠. 남자가 자꾸 때리는데도 그 남자를 떠나지 않는 여자들이 적지 않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뭔가 혼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겠죠. 그가 나를 때리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혼동을 하는 경우죠."

이게 무의식의 논리다. 의식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때리면 아프지, 그게 무슨 사랑이야?" 하지만 무의식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방식이 "때리기"였다면? 아이는 "관심 = 때림"으로 학습한다. 그러면 나중에도 "관심 = 때림"을 찾게 된다. 때리지 않는 사람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리는 사람한테 끌린다. 무의식적으로.

이게 반복강박의 무의식적 논리다. 표면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어떤 만족을 얻고 있다. 그래서 반복한다.


처벌에 대한 욕구

맹정현 교수는 더 충격적인 개념을 소개한다.

"처벌에 대한 욕구."

"자아에게는 처벌에 대한 욕구, 처벌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 사람이어서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처벌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죠. 요컨대 죄를 지어서 죄의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죄의식을 완화시키기 위해 죄를 짓는 겁니다."

순서가 뒤바뀐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죄를 짓는다 → 죄의식이 생긴다 프로이트/라캉적으로 생각하면: 죄의식이 있다 → 죄의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죄를 짓는다

무슨 말이냐?

어떤 사람들은 "미리" 죄책감을 갖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아니, 어린 시절부터. 부모한테서 받은 메시지 때문에. "넌 나쁜 아이야." "넌 문제야." "네가 없었으면 우리 인생이 달랐을 거야."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아이는 "나는 나쁜 존재"라고 믿게 된다. 죄책감이 먼저 자리 잡는다.

그런데 죄책감이 있는데 죄가 없으면, 불안하다. 앞뒤가 안 맞으니까.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죄"를 만들어낸다. 실패를 만들어낸다. 잘못을 만들어낸다.

"봐, 역시 나는 나쁜 놈이잖아."

죄책감이 정당화된다. 불안이 해소된다. 물론 더 고통스러워지지만.

이게 반복강박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실패를 반복하는 건, 실패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처벌받고 싶어서다. 미리 있는 죄책감을 정당화하고 싶어서다.


초자아의 역설

맹정현 교수는 초자아(양심)의 역설을 설명한다.

"초자아는 내가 잘해도 나를 비난하고, 내가 못해도 나를 비난합니다. 자아가 못하면, 당연히 '왜 그렇게 못났니?'라고 자아를 비난하겠죠. 그런데 자아가 잘하면 오히려 초자아가 '나랑 맞먹으려고?'라고 하면서 자아를 비난한다는 거죠."

잘해도 빰이 석 대. 못해도 빰이 석 대.

초자아와의 관계는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뭘 해도 비난받는다. 뭘 해도 부족하다.

이런 초자아를 가진 사람은,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다. 성공하면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패하면 "그럼 그렇지, 네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괴롭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중간"을 선택한다. 성공 직전에 일을 그르친다. 거의 다 됐는데 포기한다. "완전한 성공"도 "완전한 실패"도 피한다.

이것도 반복강박이다. 성공 직전에 실패하는 패턴. 거의 다 됐는데 무너지는 패턴.


사주와 반복강박의 만남

여기서 사주 상담과 연결된다.

사주에는 시간의 구조가 있다. 대운이 10년마다 바뀐다. 세운이 1년마다 바뀐다. 12지지가 12년마다 돌아온다.

이 시간의 구조와 반복강박이 만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사주에 "관성(官星)"이 강하다고 치자. 관성은 "통제", "규율", "권위"를 상징한다.

이 사람은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다. "너는 이래야 해." "이건 안 돼." "말 들어."

그래서 "통제당함"이 핵심 기표가 된다. 평생 이 기표가 반복된다.

20대에 엄격한 상사 밑에서 일한다. 30대에 통제적인 배우자와 결혼한다. 40대에 규율이 엄격한 조직에 속한다.

본인은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한다. "왜 자꾸 이런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무의식이 "통제하는 사람"을 찾는 거다. 익숙하니까. 그게 "관계"라고 배웠으니까.

사주를 보면 이 패턴이 보인다. 대운이 바뀌는 시점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세운이 특정 지지를 만나면 비슷한 사건이 터진다.

상담사가 이걸 짚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2년 전 이맘때도 비슷한 일 있으셨죠?"

내담자는 멈칫한다. 기억을 더듬는다. "아... 맞아요. 그때도 그랬어요."

이게 시작이다. 패턴을 인식하는 것. 반복을 자각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패턴 인식만으로는 안 된다

1장에서 말했듯이, 프로이트는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훈습이 필요하다.

"12년 전에도 그랬구나" 하고 깨닫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 깨달음만으로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왜?

첫째, 무의식은 의식의 깨달음을 무시한다. "나는 이제 알았어, 다음엔 다르게 할 거야"라고 다짐해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무의식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자동으로.

둘째, 패턴은 어딘가에서 "만족"을 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뭔가 얻고 있다. 그 "무의식적 만족"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다.

셋째, 패턴을 바꾸면 정체성이 흔들린다. "통제당하는 사람"으로 평생 살아왔으면, 그게 "나"다. 통제당하지 않으면, 나는 누구지? 불안하다. 차라리 익숙한 고통이 낫다.

그래서 훈습이 필요하다. 반복해서 직면하고, 반복해서 다르게 해보는 것.


상담실에서의 반복

상담 관계에서도 반복강박은 작동한다.

내담자가 상담사에게 과거의 패턴을 "재현"한다. 상담사를 부모처럼 대한다. 상담사에게 통제당하길 원한다. 아니면 상담사를 통제하려 한다.

프로이트는 이걸 전이라고 불렀다. 라캉은 이걸 치료의 핵심 도구로 삼았다.

상담 관계 안에서 패턴이 재현될 때, 그때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부모는 통제했지만, 상담사는 통제하지 않는다. 부모는 비난했지만, 상담사는 비난하지 않는다.

이 "다른 경험"이 변화의 시작이다.

"아, 통제하지 않는 관계도 있구나." "아, 비난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아, 다르게 할 수 있구나."

새로운 경험이 쌓인다.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진다. 오래 걸린다. 하지만 가능하다.


사주상담에서의 적용

사주상담사로서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패턴을 짚어준다.

"12년 전에도 비슷한 일 있으셨죠?" "이 시기에 항상 이런 일이 반복되네요." "사주를 보니 이 패턴이 보여요."

내담자가 자기 패턴을 인식하게 돕는다.

둘째, 왜 반복되는지 설명해준다.

"이게 반복되는 이유가 있어요." "무의식이 뭔가를 해결하려고 계속 시도하는 거예요." "어린 시절에 해결 안 된 게 있는 것 같아요."

반복을 "운명"이 아니라 "해결 가능한 패턴"으로 재정의한다.

셋째, 다가올 반복에 대비하게 한다.

"앞으로 이 시기에 비슷한 일이 또 올 수 있어요." "그때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번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과거를 해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넷째, "다르게"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같은 상황이 와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요." "전에는 이랬지만, 이번엔 다르게 해볼 수 있어요." "반복이 꼭 같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에요."

희망을 준다.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온의 통찰: 고통을 수용하기

비온이라는 정신분석가가 있다. 그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어떤 사람이 고통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모습은 쾌락원리와 정반대 되는 현상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쾌락을 추구한다고 봤다. 고통은 피한다고 봤다. 하지만 비온은 다르게 본다. 정신적 성장은 "고통을 수용할 때" 일어난다고.

"정신적 성장의 중대한 결정요인은 개인이 좌절을 회피하기로 결심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수용하기로 결심하는가에 있다."

반복강박을 끊으려면, 고통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직면해야 한다. 수용해야 한다.

왜 같은 패턴이 반복될까? 고통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억하기 싫어서 행동으로 반복한다. 직면하기 싫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고통을 수용하면? 기억할 수 있다. 직면할 수 있다. 그러면 반복할 필요가 없어진다.

"분석 과정에서 분석가는 내면의 고통, 후회, 수치, 죄책감, 우울 등에 대해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들은 환자가 이러한 내적 진실들을 회피하지 않고 수용하도록 이끈다."

이게 치료의 핵심이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 직면하는 것.


반복은 기회다

결국, 반복강박은 저주가 아니다. 기회다.

같은 패턴이 돌아온다는 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놓쳤던 것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상징화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엔 상징화할 수 있다.

12년 전 실패했던 그 상황이 다시 온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 반복이 계속된다.

둘, 다르게 반응한다. 그러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반복이 끊긴다.

문제는, "다르게 반응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무의식은 자동으로 작동한다. 의식의 결심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상담이 필요하다. 그래서 분석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자기 패턴을 보기 어렵다.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 패턴이 작동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그때 다르게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3장을 마치며

이 글을 정리하면 이렇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한다


반복은 해결 시도지만, 같은 방식으로는 해결 안 된다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훈습이 필요하다


라캉이 재해석한 것:

반복은 "놓친 것"의 회귀다


같은 핵심 기표가 다른 옷을 입고 돌아온다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반복한다


치유는 타자의 욕망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시간의 구조 속 반복:

나이 들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해결되지 않은 것은 더 강하게 돌아온다


사주의 주기와 반복강박이 만난다


패턴 인식은 시작일 뿐, 훈습이 필요하다


변화의 가능성:

반복은 기회다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고통을 수용하면 반복이 끊긴다


상담 관계 안에서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반복강박은 매력적인 개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비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런 사람인지,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왜 이런 관계를 맺는지. 그 모든 답이 반복 패턴 안에 숨어 있다.

그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운명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반복이었음을 알 때,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게 정신분석이다. 그게 사주상담이다. 그게 변화다.

예외가 없다.


3장 참고문헌

맹정현(2022). 『프로이트 패러다임』. 위고.

브루스 핑크/ 맹정현(2021). 『라캉과 정신의학』. 민음사.

윌프레드 비온/ 이재훈 역(2022). 『윌프레드 비온의 임상 세미나』. 현대정신분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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