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라디오에서 익숙한 노래가 나왔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야 당신의 사랑의 나무꾼~”
내가 트로트를 부르다니.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나도 노래방에 가면 트로트 몇 곡은 신나게 부르는 사람이지만 최근 들어서 너무 많은 트로트를 알게 돼버렸다.
부모님은 트로트와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은 거의 다 시청했고 나는 집에 있으면 트로트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하루 종일 미드만 봤더니 어느 순간 영어가 들리고 저도 따라서 말하게 됐어요.”
그들의 말이 맞았다. 무한 반복의 효과는 확실했다.
기분 좋을 때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가 ‘진또배기’가 됐으니. 부모의 영향력이란 대단하다는 걸 느낄 때쯤 나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음악 방송을 보고 있던 엄마가 아이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나는 놀라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누구 노랜 줄 알아?”
“BTS, 난 RM 목소리가 좋아. 진은 참 착해 보여.”
엄마는 BTS 멤버들의 이름을 다 알고 그들의 노래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근데 엄마는 어떻게 BTS를 알게 됐어?”
"니가 맨날 부르고 다니잖아. 나도 귀가 있어.”
엄마도 어느새 어른 자식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부모님과 나는 세대가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서로의 취향에 어느새 물들어 가고 있다.
세대 차이를 없애기는 힘들어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서로 많이 보여주고 소통하기. 그럼 세대 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일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요일 오전이면 진품명품 방송을 기다리고, 아빠가 쇼미더머니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