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엄마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에만 쇼핑을 할 뿐 쇼핑을 위한 쇼핑은 잘하지 않는다.
나와 엄마와 달리 아빠와 오빠는 살 게 없어도 쇼핑하는 걸 좋아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경우도 많다.
쇼핑에 대한 애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쇼핑에 대한 애정의 온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쇼핑을 하면 별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오빠와 아빠가 한 팀, 나와 엄마가 한 팀이 된다.
아빠의 한 팀인 오빠는 결혼을 해서 다른 곳에서 살기 때문에, 아빠가 쇼핑을 할 때는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며칠 전 아빠는 장을 보기 위해 혼자서 마트에 갔는데 예상대로 집에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가 마트에서 쇼핑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다며 혀를 끌끌 찼다.
익숙한 장면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시계를 보니 다른 때보다 아빠가 많이 늦는 것 같기는 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아빠가 집에 돌아왔다. 역시 아빠는 커다란 박스 하나를 들고 왔다.
“아빠, 오늘은 살 게 많았어? 오래 걸렸네.”
“아니, 바나나가 어제는 3000원이었는데 오늘은 4800원이잖아.
하루 만에 가격을 이렇게 올려도 되냐며 직원에게 막 따졌지.”
“그러니까 직원이 뭐래?”
“다짜고짜 나보고 친구를 하재. 서로 친구가 되면 바나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돈이 얼만데 그냥 친구 하면 되잖아.”
“영 찜찜한데 1800원이 어딘가 싶어서 그냥 친구 하자고 했어. 내 연락처도 알려줬어.”
엄마는 아빠의 말을 듣고 흡족해했고 아빠도 할인을 받아서 좋아하는 눈치였다.
아빠는 그렇게 H마트와 친구가 됐다. 카카오플러스 친구.
아빠의 새 친구는 자주 아빠에게 카톡으로 연락을 했다. 아빠는 짜증을 내며 나에게 이 친구를 삭제해달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새 친구의 문자를 꼼꼼하게 보면서 웃기도 한다.
새 친구가 라면 하나를 사면 라면 하나를 더 준다는 소식을 전하니까.
친구 맺는 일이 연락처 하나를 입력하거나 버튼을 눌러서 등록되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면 어떨까.
카톡으로 친구를 맺는 건 간단하지만, 상대방이 나의 존재를 알아가고 친구처럼 느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H마트는 최소 일주일 한 번씩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내는데(상품 광고지만),
나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카톡이나 문자, 전화 한 통이라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카카오플러스 친구보다는 더 노력하는 친구가 돼야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