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저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결혼 초, 시어머니와 한 집에서 함께 살던 시절.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저는 불편하다는 말도 꺼낼 수 없었고, 불공평하다는 마음을 꾹꾹 삼켜야 했습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지만, 사실은 감정을 숨기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거죠.
그렇게 참고 또 참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목이 부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감상선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화병 걸렸네!”
양의사 선생님이 한의학 용어를 쓰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참기만 해서는 안 되는구나. 그날 이후, 저는 감정을 꾹 눌러두기보다는 조금씩 표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몇 년 후에는 분가하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참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고요한 틈을 타서 몸과 마음에 깊게 스며든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의 감정에 맞춰주려 애쓰면서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짜증과 좌절. “엄마니까 참아야지” 하면서도, 속에서는 울컥, 울컥 끓어오르곤 했습니다.
그런 순간에야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오히려 숨긴 감정은 더 강하게 되돌아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걸.
그때부터 연습했습니다.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걸음 멈추는 것.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감정이 아닌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상태까지 기다리는 것.
절제는 억누름이 아니었습니다. 내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그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는 자유. 그리고 그 자유가, 내 일상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 숨 한 번 깊이 들이쉬고 멈추는 그 ‘한 걸음’—
바로 그 멈춤이, 내 삶을 지켜주는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