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친해지기 연습 중

by 닌자


몇 년을 백수로 지내다 다시 출퇴근을 시작했다. 자연스레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고, 예전과 달라진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지하철 거리 요금제였다. 짧은 이동만 하던 시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거리가 길어지니 요금도 조금씩 올랐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K-패스 카드가 대중교통 할인을 해준다는 소식을 보게 됐다. 폭풍 검색 끝에 티머니 카드를 발급받고, K-패스 카드 회원가입까지 마쳤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는 아직도 카드를 찍는 방식이 익숙한 사람이다.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은 늘 나와는 거리가 먼 일처럼 느껴졌다. 디지털을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나도 한 번쯤은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세대답게 몇 차례 실패를 겪었다. NFC를 켰다 끄고, 다시 켜고…. 개찰구 앞에서 멈칫거리다 결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음 날도 역시 습관처럼 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3일 만에 휴대폰을 대고 개찰구를 통과했다. 순간 화면에 ‘NFC 충돌’이라는 문구가 떠 당황했지만, 이유를 찾아보니 예전에 설치해 두었던 다른 카드 때문이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경로를 거쳐 하나씩 해결하고 나니 괜히 혼자 뿌듯해졌다.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디지털과 친해진다는 건, 거창한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조금의 두려움을 넘어서 오늘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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