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가장 첫 번째 추억에 대해 써보세요.
어렸을 적 대부분의 기억은 낡은 앨범 속 사진과 캠코더 속 영상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미화되고 왜곡되었으며 어떤 것은 그 사진을 추억하며 꺼내본 날 꿈에서 꾼 이야기들로 재구성되었다. 그것들을 보며 ‘이랬구나~’ 할 뿐이지 당시 상황이 뇌 속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장기기억 폴더 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더듬더듬 되짚어보니 아직까지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바야흐로 6-7세? 정도였던 것 같다. TV에서 누군가가 커터칼로 연필을 스윽- 스윽- 예쁘게 깎는 모습을 본 후 책상에 앉아 나의 핑크색 슈가슈가룬 연필을 깎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왼손 엄지에서 정말로 피가 콸콸 흐르기 시작했고 그 후의 기억은 부분 부분 끊겨있는데, 응급실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내 왼손을 감싼 수건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 장면, 병원에서 하도 난리를 쳐서 간호사 언니 오빠 세 명 정도가 온몸을 써가며 나의 팔다리를 제압하기 위해 위에서 꾹 누르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병원에서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악을 써댔고 나를 누르는 간호사 언니를 향해 “언니 나빠!!!! 언니 못생겼어!!!!!!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어!!!!!!!!!!”하며 그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막말을 쏟아냈던 것 같다. 수술이 끝난 후 고생했다며 내게 사탕을 건네는 언니에게 아까 한 말은 거짓말이었다며 언니가 제일 예쁘다며 사과했다.
이 사고로 아직까지 내 왼손 엄지에는 여섯 바늘을 꼬맨 큰 흉터가 남아있다. 아마도 내게 있어 가장 크고, 오래된 흉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