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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4 라미 로그

<떨려요…>

by 동그라미

두근두근.. 쿵쾅쿵쾅.. 도키도키..

1분에 60-100회 사이가 맥박 정상 범위라던데, 내 심장은 200회를 거뜬히 넘을 것 같다. (근데 이제 빈맥성 부정맥을 곁들인..)

내일 있는 춘천 테니스 대회 때문일까? 아님 오늘 갑작스레 통보받는 다음 주 과제, 지독히 어려운 드워킨의 책을 가지고 이뤄지는 토론 때문일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승모근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발끝부터 온몸의 근육이 굳는 듯한 느낌.

머릿속에는 최악의 경기를 하는 시뮬레이션 비디오가 수차례 돌아가고 있다. 리턴 에러, 땅에 떡하고 붙어 달리지 못하는 두 다리, 자신 없는 백핸드 스윙을 따라 힘없이 네트에 걸리는 공.. 아.. 안 돼..!

동시에 반대편 뇌에선 토론을 하며 상대방에게 말로 처참하게 맞아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풀이 잔뜩 죽은 나의 모습과 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상영하기 시작했다. (생각 멈춰!)


기분 더러운 일을 겪었다. 집으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돌아 골목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으로 날아오는 침 덩어리들. 큰 침과 작은 침이 섞여 다섯 군데로 퍼져나가 내 앞에 착지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다섯 군데였으니 얼마나 많은 침이 분포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아주머니께서도 예상치 못한 사람의 등장에 놀라셨는지 눈이 동그래지셨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으셨다.

보통 침을 길바닥에 뱉으려면 멈춰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발 밑으로 뱉지 않나. 어떻게 길을 걸어가며 그것도 길의 중간에서 길 끝으로 침을 발사하듯이 뱉지. 입 안에 이물감이 있어서 급하게 뱉고 싶은데, 길 끝이 그나마 양심상 뱉을만한 곳이었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안 했다는 점에서 괘씸하긴 했지만, 나도 당황해서 아주머니의 눈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진했다는 점을 감안해 눈 감아주겠다.

단지 이 일을 기점으로 아주머니께서 길바닥에 침 뱉는 일을 주의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지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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