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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캐슬 Jul 20. 2024

교육 실습의 의미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교육 대학생이 실습에 나가게 되면 2~3주 가량 근처 초등학교로 매일 출근한다. 명시된 출퇴근 시간은 다들 비슷비슷하나 실질적인 출퇴근 시간을 알게 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당시 대부분의 교육 대학생들은 실습이 시작되면 실습주간 동안 정말 말 그대로 집에 못 갔다. 물론 실습주간을 통으로 늦은 밤까지 남아 하는 경우는 잘 없었지만(극히 드물지만 있긴 있었다.) 수업실연을 준비해야 할 때는 너도나도 근처 카페, 학생 회관, 친구집 등 곳곳에서 다음 날 있을 수업 한 시간을 위해 5~6시간 동안 낑낑대며 교구를 준비하곤 했다.


화려한 교구와 잘 짜여진 PPT, 치밀한 수업계획안이 합쳐져 최고의 수업이 이루어지~~~~~~~~~~~~~~~~~~

긴 커녕 시간이나 잘 맞추면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당탕탕 수업을 끝마치곤 했다.


지금 교사가 되고 연차가 쌓일수록 느끼는 건데 대체 그런 퍼포먼스 위주의 보여주기 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하루에 내용이 다른 4~6차시 수업을 해야 하는 초등 교사가 어떻게 매일매일 한 차시를 위해, 3~4시간을 할애하며 보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수업 외 처리해야 하는 공문도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다 아는 사람들이 대체 왜 그렇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실습생들을 혹사시키는 건지 시간이 갈수록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또 반성회는 얼마나 철저하게 가지는지 수업 실연 후 어쩌면 실패하는 게 당연한 교생의 수업을 두고 "그 차시에 관한 수업은 선생님에게 밖에 배우지 않는다. 그런데 ~"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지나치게 무안을 주고 작은 실수를 꼬투리 잡아 태도가 불량한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아니 그렇게 수업이 망했으면 교생들이 집에 가고 보충 수업 형식으로 다시 한번 수업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다. 진도표가 정해져 있는 건 맞다만 창체 수업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데 그저 실습생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과한 비판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 아니었을까? 


아아 이렇게 적어 놓으니 내 수업에 실수를 해서 일장연설을 들었다고 생각이 드실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를 많이 들었고 위에 적어 놓은 이야기는 교육 실습생(한 반에 4명 정도가 배정되어 실습 기간 동안 같이 고생한다.) 동기가 들었던 말이다. 그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반성회 도중 울면서 뛰쳐나갔다. (저는 태도가 불량하다는 말을 들은 쪽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실습교 선생님들이 그렇지 않다. 그런 경우가 꽤 많을 뿐이다. 흙탕물이라고 해서 흙이 8, 물이 2 이런 비율이 아니지 않은가. 흙이 1, 물이 9만 돼도 흙탕물이다.


교육 실습의 실효성에 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아 2~3 페이지를 할애해도 모자란데 그나마 유효한 것을 꼽자면 딱 한 가지가 있다. "맞지 않는 사람은 얼른 나가라!"가 되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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