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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캐슬 Jul 13. 2024

제가 교대에?

사범대학교가 아닌 교육대학교에 온 남자끼리 면을 트게 되면 자주 묻는 게 한 가지 있다.


"너 처음부터 교대 오려고 한 거야?"


내가 들은 대답 중 10에 8~9는 이랬다.


"아니."


역시나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고속도로 개통식이 있겠다는 둥 답안지를 배포하겠다는 둥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 있었다. 미리미리 모의고사 점수가 박살이 났다면 또 모를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공부하는 양에 비해 성적은 쉬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능을 치기도 전에 난 이미 축배를 들어 온 몸에 들이붓고 있었고 대입에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꾸준함이 바위를 뚫고 산을 옮기듯, 나의 꾸준한 오만함은 결국 본선에서 그 진가를 드러냈고 생각지도 못한 성적표를 들고 좌절하고 있었다.


'와... 이거 진짜 어디 가지?'


지망하던 곳은 쳐다도 못보고 마지노선이라 생각한 곳들은 대부분 점수가 조금 모자라거나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었다. 재수를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내 성향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결국 점수에 맞게 성향에 맞추어 학교를 선택해야 했다.


며칠을 대학입시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날 호출하셨다.


"너 교대 안 가볼래?"


"네?"


담임 선생님께서는 진지한 얼굴로 교대의 장점에 관해 설명해주셨고 점수대도 딱 괜찮다며 잘 생각해보라 권유하셨다. 어머니께도 이미 연락을 드렸는지 어머니는 이미 내 대입을 교대로 결정하신 후였다. 사실 당시 해보고 싶은 일은 막연하게 글을 읽고 쓰고 싶다 정도 였기에 큰 반발 없이 교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근데 아니 이게 웬 걸? 교육 대학교에서는 상상치도 못했던 것을 가르쳐 주었다. 피아노를 수준 이상으로 치는 방법이라던지, 사물을 보고 수준 이상으로 크로키하는 방법이라던지 다방면에서 수준 이상을 요구해 수행 평가나 내신 같은 것들과 담을 쌓고 살던 나에겐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었다.


어찌저찌 교수님들이 주신 과제를 해내며 한 학기, 한 학기 버티다 보면 교육 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실제 초등학교에 가 보고 배우게 되는데 솔직히 버티기 굉장히 버거웠다. 실습이 끝나고 나면 꼭 사라지는 인원(자퇴 혹은 휴학)이 몇몇 보일 정도로 학교 실습은 정말 힘들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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