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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캐슬 Jul 09. 2024

슬픔도, 불안도, 기쁨도, 지루함조차도 모두 필요해!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인사이드 아웃 1을 누구보다 재밌게 본 입장으로서 2가 나온다는 예고편이 보자마자 든 생각은 '나오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본다!' 였다.


 하지만 여느 직장인이 다 그렇듯 회식이다 야근이다 일에 치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조금 늦게 영화를 접할 수밖에 없었다.


 기대를 많이 하고 들어갔지만 실망하는 일은 없었다. 인사이드 아웃 2 역시 디즈니 특유의 황홀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스토리, 그 속에 녹아든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다. 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재치 있는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생각을 했을까? 디즈니 본사를 찾아가 물어본다면? 같은 우스꽝스러운 상상을 하며 혼자 키득거리기도 했다.


 인사이드 아웃 1이 보내는 메세지가 슬픔도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이었다면 인사이드 아웃 2는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모두 중요한 감정이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여러 번 극장을 들락날락 거리며 '아 우리 반 아이들이 조금만 더 커서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보여줄텐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한 번은 방과 후에 학부모님께 민원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민원 내용은 즉슨 아이가 짝인 학생을 싫어한다며 자리를 바꿔달라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한참을 의아해했다. 둘은 표면적으로 갈등이 있었던 적도 없을 뿐더러 그 아이의 짝은 조용히 혼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짝을 싫어하는지 짝이 괴롭히거나 해꼬지를 한 것이 있는지 어머니께 여쭤보니 빙 둘러대며 여러 가지를 말씀하셨지만 특별한 이유를 대진 못하셨다. 그제야 '자기가 원하는 짝이 아니니 바꾸고 싶은 거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단호히 그건 할 수 없다 말씀드렸다.


  그러니 어머니께서는 짝을 정하는 방식이 잘못 되었다 말씀하시며 좋아하는 친구와 짝이 되면 얼마나 좋은지 그 이유에 관해 설파하셨다. 또한 자신의 아이가 친한 아이들과 자리가 멀리 떨어져 슬퍼하고 있다는 사족을 붙이기도 하셨다.


 블로그에 쓰는 글이니 하는 말이지만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아무리 귀한 자식이라지만 어떻게 저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아이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어요."


 잠깐 정말로 정신이 아득히 날아갔지만 숨을 고르고 차분히 알맞은 말을 골라 답변드렸다.


 "어머님 꽃길만 걷게 된다면 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도 모르는 메마른 사람으로 자라나지 않을까요? 저는 학생들이 꽃길만 걷는 것보단 가시밭길이든 진흙탕이든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 합당한 이유 없이 자리를 바꾸게 된다면 짝인 친구에게는 제가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한 학생에게 꽃길을 내어주기 위해 다른 학생에게 가시밭길을 내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머님께서는 그 후로도 몇 마디 말씀을 하셨지만 더이상 소용이 없다 생각하셨는지 대화를 끝마치셨다.


 때때로 생각한다. 기쁨만이 최고의 감정이고 사람은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관하여.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삶은 단조롭고 불안하며 인내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끝을 장식하는 작은 편린같은 기쁨과 편안함, 행복 같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고 노력하게 만든다. 사람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올바르게 길러내고 싶다면 그것에 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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