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by 곰돌

요즘 다시 마음이 허엿하다. 헛헛하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미사를 자주 가지 못해 그런 기분이 든다.

예전엔 평일에도 버티는 힘을 발휘하여 자격증 공부도 하고 내 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엔 일을 하고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마음에 힘이 많이 빠진 기분이다. 아침에 눈이 떠졌을 시간에 열심히 준비하려 한다. 일찍 일어나 준비할

것들을 많이 보거나 지하철 안에서 종이로 정리된 내용을 외운다. 1500원짜리~2000원짜리 커피전문점이

회사 근처에 많아 커피를 마시면서 출근 시간 1시간 전까지 열심히 할일을 한다.

할일을 하고 출근하면 마음은 뿌듯하다. 문제풀기는 점심 쉬는 시간에 하려고 일부러 혼밥시간을 보낼 때에도

있다.


저녁퇴근시간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하철만 타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운동을 재빨리 뛰고 저녁은 간단히 먹은 뒤 아파트 독서실에 가서 마저 할일을 하거나 스터디카페를 꼭 간다. 아닐 땐 책상에서 이쁜 조명을 켜놓고 좋아하는 라디오를 켠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지만 나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냈다.


하지만 요즘엔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엄마의 일로 요즘 오래오래 멍을 때린다. 엄마가 또 항암을 포기한다는 말을 하면 어쩌지, 받다가 힘없어서 쓰러지시면 어쩌지, 내가 갑자기 집에서 쫓겨나면 어쩌지, 생계를 잃어버리면 어쩌지 어쩌지하는 사유가 너무 많아졌다. 가을을 타는 걸까, 아님 생각을 너무 많이하다보니 발생한 생각들이라서 그런가


꿈도 다양하게 꾸다보니 잠을 자도 개운하지 못한다. 버티는 힘이 또 없어졌다.

나도 모르게 기도문을 되뇌이며 억지로 잠에서 일어나게 된다.


왜이렇게 마음의 힘이 빠졌을까, 겉은 좋아보이는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잘 살고 있는게 맞는데 한없이 또

무너지며 쉽게 쉽게 부정적인 상황으로 들어가려한다.


그때마다 버티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찾자면 햇빛을 보는 아침이 기쁘다. 요 몇주간 계속 비가 와서 흐린 날씨때문에 지쳐 해를 보고 있는 날이 소원인데 햇빛이 계속 볼 수 있는 날씨가 되어 행복했다.

돈이 많거나 정규직이어서 행복한게 아니라 햇빛이 있어 이렇게 행복함을 느낀다는게 대단한 큰 행복이었다.


행복은 달리 찾는게 아니다. 돈벌이도, 일상도, 직장도 그만그만 고만고만 비슷하거나 차이가 나지만 행복한

순간은 미처 내가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행복이었구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성당생활을 했을 때에도 행복했다는 사실이다. 헌금을 낼 수 있는 경제력, 시간을 내어 교우들과 신부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기도를 드린다는 게 참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옆에 있는 성당에 못가서 더 죄송한 밤이 든다.

청년회 교우분들이 보고 싶고 성가를 듣고 싶다.

남편도 보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어진다.

슬프다.ㅠㅠ

슬퍼서 피자 한조각 먹었더니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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