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16일 차

일상에서 '기댈 곳' 한 가지 이상 찾아보기

by 곰돌

물과 햇빛만 있으면 어떻게든 기댈 곳을 찾는 오이처럼 우리도 스스로 기댈 곳을 악착 같이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어렵다고 피하지 말고 당당히. -채록 : 채소를 기록하다(김수연)


기댈 곳 은 내 주변에 많다. 집 바로 앞에 성당에서 성체조배, 남편 다리에 껌딱지처럼 붙어있기, 친구들과 수다하면서 내 고민 털어놓기, 브런치 일기로 성찰하기 하지만 이러한 기댈 곳을 찾아도 100% 충전이 잘되지 않는다. 요즘 자연물에 기대는 습관이 있다. 아침에 새소리가 울리면 ASMR처럼 편해질 때가 있다. TV도 좋긴 좋았는데 호수공원이 보이는 야경으로 피로한 눈을 충전한다. 귀가 충전되는 시간은 또 뭐가 있을까,, 조용한 라디오 음악이 있다. 저녁 7시에 하는 배미향의 저녁스케치가 불안한 소리를 잠재워주고 있고 아침에 가끔 혼자 일어나야 할 때 적막함을 채워준다.


가끔 남편과 다른 스케줄 근무 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잠깐의 불안감이 찾아온다.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 이게 무슨 느낌이지, 도망치고 싶지만 마음속엔 기대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튀어 오른다. 그때마다 기도를 하게 된다. 어둠이 주는 고독 속엔 불안함이 많아도 마음속 기도에 의지를 하다 보면 다시 잠잠해지고 차분해진다.


사람에 기대는 것보다 내가 꾸준히, 이걸 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걸 더 많이 찾아다니려고 노력 중이다.

다른사람에게 매일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는 일이 지친다. 시간이 안된다는 말을 들으면 거절당해서 쉽게 무너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가는 카페가 좋다.(가격이 비싼 것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좋아서 가게 아주머니나 아저씨와 대화하는 일이 즐겁다. 어제 시댁에 갔는데 이사 온 후 처음 출근한 직장 근처와 가깝고 해서 근처 카페로 찾아가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남편이 준

카드로 아메리카노를 사러 갔는데 없어지고 말았다. 아쉬움이 크게 남아 또 차가운 겨울처럼 마음이 추워졌다.


쉽게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나는 따스한 사람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가끔

말할줄 모른다며 표현력을 길러보라는 말도 듣지만, 남편처럼 대화에 능숙하고 많이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신앙인으로서 잘 다듬어지고 싶어진다. 기댈 곳도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기대게 되어주는 "나"로

되고 싶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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