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태아 상태는 아주 좋아요. 심장 박동도 정상이고

체중이나 발육상태도 지극히 정상이에요.

그리고 남자아이일 가능성이 있어요.”

“아, 네. 그럼 도네요.”

“응? 그게 뭐예요?”

“우리 아기 이름이요.”

“그래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그 이름 가진 사람 있는데,

세종대왕이요. 혹시 그분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에요?”

“네, 저의 아빠가 손주에게 주고 싶어 하는 이름이에요.

한자는 길도자로 쓸 거예요.”

“최지영 선생님께 대충 듣긴 했는데, 동주 씨 뭔가 재밌다.

그리고 멋지다. 부디 세종대왕 같은 사람으로 잘 키우길 응원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예정일은 8월 3일이고 정상 분만인 경우 2주 정도 당겨질 수도 있어요.

30주까지는 한 달에 한 번 정기검진 받고 그 이후로는 2주마다 체크하면 돼요.”

“네.”

“적어도 출산할 때까지는 우리 계속 보는 거죠? 잘 지내다가 다음 예약 일에 봐요.”


겨울기가 훌쩍 빠진 길을 걷는다.


남의 나라의 어려운 말이라

제 이름 하나 못 쓰는 자기 백성이 안쓰럽다고

그렇다고 어떻게 문자 만들 생각을 하냐.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 소리에

모양을 만들고 의미를 담아

이러쿵저러쿵 하다 보면

우리 몸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던 서로의 마음도

왔다가 갔다가

생각을 공유하고

정신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신 분.

세상에 유일한 문자 제작자

그분의 이름을 받은

나의 도야.


너도 그런 사람이길 바래.

아니, 문자를 발명할 필요는 없어.

이미 너무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글자를 만들어 주셔서

더는 필요 없으니까.


그분의 삶을 닮길 바래.

세상에 존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말로 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매일 사는 삶으로 넉넉하게 보여 주신 분.

'전하, 그리 하시면 안 됩니다, '

감히 대드는 신하들 몰래

눈이 짓무르도록

공부하고 연구하고

기필코 문자를 만들어 낸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에 대한 애정이겠지

어리석은 백성을 향한 연민이겠지

그렇게 사람을 아끼고 귀히 여기는 사람이길 바래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 볼게.

도의 엄마로 행복하고 단단하게

선물 같은 세상을 살아볼게

너는 그냥 내 뒤만 졸졸 따라오면 돼.

아니, 어쩌면 너는 내가 가야 할 길인 것 같기도 해.


여튼 다음 주가 개강이야.

하고 싶던 거니까

공부도 힘껏

재미나게 해 볼게, 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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