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좋은 곳>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지영 권사님이 맛있는 저녁을 사 주셨다.

내가 샀던 그런 책도 선물로 주셨다.


‘행복한 아기를 위해 행복한 엄마 되기’

제목도 마음에 쏙 들어.

‘나는 머리맡에 두고 잠자기 전에 매일 봤어.

오늘은 우리 아기가 얼마나 컸을까,

우리 아기가 더 건강해지려면 내가 뭘 먹어야 하나,

매일 체크하면서 우리 아기 기다렸어.’ 하시 길래

저도 그럴게요,라고 했다.

진짜 그럴 거야.

경제 문제 물으셔서

부모님이 주신 돈이 목돈으로 좀 있고

졸업 때까지 매달 용돈을 지원해 주실 거고

편의점 알바도 구할 참이라고 했다.


병원 검진은 일반 병원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주민센터 복지 관련 담당자가

싱글맘 대상으로 임신 출산을 전담하는 시설을 알려주셨다면서 그쪽 도움을 받는 게 어떠냐고 하시길래 그것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돈도 안 든다니 너무 좋잖아.

통화해 보고 예약 날짜를 알려주면 함께 가 주신다고 했다.


와우,

병원에 같이 가 주신다고요? 이게 제일 좋아요.


왜냐면 병원에 한 번 가 봤는데

산부인과에 혼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편이든 엄마든 대부분 짝짝이 앉아

하나같이 웃음 가득

행복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계획하고 예상하고 기다렸던 아기들이니 그렇겠지

솔직히 나한테는 그냥 날벼락인데.

그러니 내가 얼마나 주눅이 들었겠냐고.

그런데 적어도 한 번은 함께 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거잖아.

웬 수호천사를 붙어 주셨나,


그 새벽에

딴 데 안 가고 교회 가서 울기를 참 잘한 거 같다.

“나 솔직히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

동주 씨의 위태로운 인생사에.

너무 위험하고 무모한 비밀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부담스러웠어.

그렇지 않아도 버거운 하루하룬데 생판 모르는 사람의

힘겨운 시간에 동참하는 게 싫었어.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사실 내가 흔들었잖아,

뭐 때문에 그러냐고 내가 먼저 물었잖아.

그래놓고 무슨 딴마음이냐 싶었어.

그리고 이미 동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돼버렸고.


그래서 원래 먹은 맘대로

해보려고 해.

동주 혼자 지기 어려운 것들,

아마 되게 많을 걸.

여튼 힘껏 나누어 받아 볼게.


혹시라도

동주 부모님한테 원망을 받을 수도 있을 거고

그분들 마음 너무 잘 알겠어서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도 있을 거 란 생각도 했어.

그래도 해 보지 뭐.


이런 시작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어떤 끝맺음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마음먹고 나니까

살짝 기대도 돼.

동주라는 사람의 미래와

동주의 자식으로 우리에게 올 그 아기도.


이제부터 목청껏 응원할 거고

기도할 때마다

온 맘 다해 축복도 할 거야.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게

용기와 지혜 주시라고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의 어머니가

되게 해 주시라고.”


좋을 땐 울어도 되지,

그래서 울었어.

눈물이 얼굴로 막 흐르려고 해서

테이블에 얼굴을 묻었어.

그랬더니 지영권사님이

내 머리를 어루만져 주셨고

어깨도 토닥여 주셨어.

그래서 더 울음이 나왔어.


근데 나 지금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지.

내 안에 있는 아기한테 말하는 건가,


도일 수도 있고,

향일지도 모르는 내 아기야,

너와 나, 지영권사님은

남모르는 생명을 공유한

거룩한 비밀 결사대야.

내 맘대로 이런 이름 붙여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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