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는 자존감>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Oct 28. 2023
동주는 한복 대여점을 나왔다.
쨍하게 화창한데도 춥지도 않고
한복을 입고 다니기 좋았다.
오히려 좋은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게 좋은 날
핑크색 치마에
흰색 누비저고리를 입고
망토와 털 귀마개까지
와, 동주는 한복도 참 잘 어울리네,
혼자 북 치고 장구도 치고
근엄한 근정전에서 셀카도 찍고
조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경복궁을 둘러보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마음이 가볍지?
며칠 전 아빠가 주고 가신 봉투에 두둑이 들어 있던
돈 때문인가,
‘동주의 아름다운 청춘을
온 맘 다해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그리고 엄마한테는 비밀이라는
추신도 달려 있었다.
아빠 쌈지에는 얼마가 들어 있길래
용돈을 그만큼이나 주시지,
설마 탈탈 털어 주신 건 아니겠지.
여튼
병원도 다녀야 하고
이것저것 사야 되고
돈 쓸 일이 많아질 텐데
짐을 옮기던 날
엄마도 꽤 많이 주셨는데
일단은 안심이 됐다.
그래도 빨랑 알바를 구해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지.
동주는
쨍한 햇살을 누비며 서점으로 갔다.
출산 육아 코너,
다행이야.
궁금한 거 꼭 알아야 하는 거
물어볼 사람 아무도 없는데
책이라도 있으니까.
와우,
매 대에 누워있거나 서 있는 책들이 무지도 많다.
이런저런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하나같이 행복한 아이로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간절한 소망으로만 보인다.
자식이란 게 뭐 길래
이토록 설왕설래가 난무할까
동주는 왕 초보 필독서
‘첫아기 임신’이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골랐다.
그리고 넓적하게 누워있는
피리 부는 소년이 눈에 걸려들었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 1)라는 책의 커버를 열자
‘나로 살아가는 자존감’이라는 목차의 첫 글이
가슴을 치며 달려든다.
뭐야, 이건 나더러 하는 말인데,
나로 살아가는 자존감으로 충만한 아이로 키우려면
내가 먼저 그럴 수 있어야지.
책 속 그림도 보고 내용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빠가 주신 책도 두 권이고 게다가 어려운 거라 집중해야 하는데,
그래도 이게 더 시급한 거 같아.
사기로 했다.
미술관에 걸린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사람과 세상을 살피고 관찰해 보자.
간절한 소망이 담긴 어떤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여
전에 몰랐던 더 아름답고 가치도 있고
그만큼 귀한 것을 찾아 내 것으로 소유하게 되면
내 아이에게도 고이고이 물려줘야지.
‘도’ 여도 좋고 ‘향’이 여도 좋아.
누가 됐든
나에게 올 내 아이를 위해
나는 더욱 아름다워질 거고
더 깊은 사람이 돼야지.
그까짓 책 두 권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서점을 나서
쨍한 기운이 살짝 시들해진
오후의 햇살 속으로 나아갔다.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혼데.
“여보세요?”
최지영 권사님이다.
권사님이 근무하는 주민 센터 앞
카페에서 보자 신다.
기다렸는데,
통화가 끝나고
새 연락처 등록하기를 터치했다.
‘지영 권사님’을 저장했다.
다음 글
<울기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