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는 자존감>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동주는 한복 대여점을 나왔다.

쨍하게 화창한데도 춥지도 않고

한복을 입고 다니기 좋았다.


오히려 좋은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게 좋은 날

핑크색 치마에

흰색 누비저고리를 입고

망토와 털 귀마개까지

와, 동주는 한복도 참 잘 어울리네,

혼자 북 치고 장구도 치고

근엄한 근정전에서 셀카도 찍고

조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경복궁을 둘러보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마음이 가볍지?

며칠 전 아빠가 주고 가신 봉투에 두둑이 들어 있던

돈 때문인가,

‘동주의 아름다운 청춘을

온 맘 다해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그리고 엄마한테는 비밀이라는

추신도 달려 있었다.


아빠 쌈지에는 얼마가 들어 있길래

용돈을 그만큼이나 주시지,

설마 탈탈 털어 주신 건 아니겠지.


여튼

병원도 다녀야 하고

이것저것 사야 되고

돈 쓸 일이 많아질 텐데

짐을 옮기던 날

엄마도 꽤 많이 주셨는데

일단은 안심이 됐다.

그래도 빨랑 알바를 구해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지.


동주는

쨍한 햇살을 누비며 서점으로 갔다.

출산 육아 코너,

다행이야.

궁금한 거 꼭 알아야 하는 거

물어볼 사람 아무도 없는데

책이라도 있으니까.


와우,

매 대에 누워있거나 서 있는 책들이 무지도 많다.

이런저런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하나같이 행복한 아이로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간절한 소망으로만 보인다.


자식이란 게 뭐 길래

이토록 설왕설래가 난무할까

동주는 왕 초보 필독서

‘첫아기 임신’이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골랐다.


그리고 넓적하게 누워있는

피리 부는 소년이 눈에 걸려들었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 1)라는 책의 커버를 열자

‘나로 살아가는 자존감’이라는 목차의 첫 글이

가슴을 치며 달려든다.


뭐야, 이건 나더러 하는 말인데,

나로 살아가는 자존감으로 충만한 아이로 키우려면

내가 먼저 그럴 수 있어야지.

책 속 그림도 보고 내용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빠가 주신 책도 두 권이고 게다가 어려운 거라 집중해야 하는데,

그래도 이게 더 시급한 거 같아.

사기로 했다.


미술관에 걸린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사람과 세상을 살피고 관찰해 보자.

간절한 소망이 담긴 어떤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여

전에 몰랐던 더 아름답고 가치도 있고

그만큼 귀한 것을 찾아 내 것으로 소유하게 되면

내 아이에게도 고이고이 물려줘야지.


‘도’ 여도 좋고 ‘향’이 여도 좋아.

누가 됐든

나에게 올 내 아이를 위해

나는 더욱 아름다워질 거고

더 깊은 사람이 돼야지.

그까짓 책 두 권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서점을 나서

쨍한 기운이 살짝 시들해진

오후의 햇살 속으로 나아갔다.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혼데.

“여보세요?”


최지영 권사님이다.

권사님이 근무하는 주민 센터 앞

카페에서 보자 신다.

기다렸는데,


통화가 끝나고

새 연락처 등록하기를 터치했다.

‘지영 권사님’을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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