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행복이라는 이름의 동사(動詞)

2025년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by 혜솔 황보영



시린 바람보다

따사로운 볕이

계절의 모서리를 쓰다듬는

이맘때


한 해 끝이

조용히 다가와 있었다

나는

한 해 동안 밀어 올린

삶의 행간마다

지긋이 눈길을 맞추며

행복이라는 문장들을 다시 읽는다


행복 인문학은

화려한 치장이 아니라

고단한 생의 갈피마다

눈물겹게

뿌리내린 기다림인 것을


그 깊은 뿌리에서

마르지 않는 사랑을 길어 올려

그제야

교육이라는 초록 잎이 기지개를 켠다


행복은

미뤄 둔 날짜들 사이에서

결국 하나쯤은

남아 있는

맹세 같은 것


우리는

서로의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그 단단한 배움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나누어 가고


마음의 담장을 허물고 나서야

서로의 빈틈이

비로소

품으로 스몄다


부족함은 결핍이 아니라

함께 채워 갈

기쁨의 빈자리


이제

2025년이라는 문장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신발 끈을 고쳐 매며

다시 길을 나선다


내년에도

우리의 행복은

액자 속에 갇힌

마른 꽃잎이 아니라


어깨를 맞댄 채

치열하게 살아내며

체온으로 번지는

뜨거운 동사(動詞)이기를


길 위에서 다시 만날

당신의 뒷모습이

벌써부터

환한 꽃자리인 것을



2025년의 끝자락에서

한 해를 건너온 마음들을 떠올린다.

잘 해낸 날보다

버텨낸 날이 더 많았던 시간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 온 모든 분들께

이 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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