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그저, 행복

by 혜솔 황보영



3월 첫 주,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주말 아침 이불속에서 좀처럼 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덕분에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가 아파트 앞 농로길을 걸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하늘은 마치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깊고 푸르렀다.


오늘 운동길 사진.heic 사진=황보영 그날 아침, 아파트 앞 농로길에서 올려다본 하늘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시인들이 쓴 행복에 관한 시를 나지막이 읊조리며 걸었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며 오후 일정이 있는 성남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의외로 한산했다. 차는 막힘없이 시원하게 달렸다. 늘 주차 공간이 부족한 건물인데 그날은 마침 빈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 자리 하나가 참 고마웠다.


그래서 그 마음을 시로 적어 보았다.



그저, 행복


혜솔 황보영


푸른 하늘 아래

단단한 대지를 딛고

걸음을 힘차게 옮길 때


내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자유롭게 향할 수 있을 때


막힘없이 열린 길 위를

시원하게

가로질러 달릴 때


주차장에

차 세울 자리 하나

조용히 남아 있을 때


빼곡한 하루 속에

나를 위한 작은 자리 하나

살짝 비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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