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찌와 가을이
순둥이 버찌에게 유일하게 나쁜 습관이 하나 있다면 산책 시의 줄 당김. 퍼피 트레이닝 때 산책 교육을 짧게 받긴 했지만 우리 집의 경우 워낙 이 사람 저 사람이 산책을 시키고, 특히 기운 뻗치는 아이들은 버찌를 데리고 칠렐레 팔랄레 뛰어다니기 때문에 각측보행 교육이 잘 안 되었다. 그래도 평상시엔 주의를 주면 뒤돌아보고 '아차'하는 표정으로 옆으로 와 살살 걷는다. 그러다가 여지없이 줄을 당길 때는 지나가는 개를 보았을 때이다. 견종, 나이, 크기 상관없이 개이기만 하면 달려가 인사를 하고 싶어 하는데 요즈음 개들은 대부분 다른 개를 보면 짖는다. 특히나 버찌처럼 큰 개를 보면 싫어하기 때문에 견주들이 개를 안고 가버리거나 심지어는 대놓고 '가까이 못 오게 하세요, 얘는 개 싫어해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늘 다른 개들에게 거절당하고 시무룩해하던 버찌... 주말 아침 평소처럼 한강에 나갔다가 버찌와 똑같은 성격의 두들을 만나게 되었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데 표정이 벌써 두근두근 설렘 가득이다. '놀자, 놀자, 나랑 놀자!'
개월 수는 두 달 누나이고 덩치도 비슷, 힘도 비슷, 성격은 천진난만 버찌와 도플갱어다. 가을이 견주분과 시간 맞춰 하루에 한 번 같이 만나서 놀게 해주고 있는데, 그 이후로 개를 볼 때 심해지는 줄 당김이 많이 줄었다. '난 친구가 있으니까 모르는 개와 꼭 인사할 필요는 없어'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우리 가족 모두 버찌를 사랑하고 위해주고 아껴주지만 개에게도 마음 맞는 친구라는 것은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