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지 못한 밤들
내 나이 스물여덟.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고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보험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며 사회인이라는 껍질을 써보려 애썼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하지만 어쩌다 음악에 빠졌고, 예술가가 되겠다고, 현실에선 터무니없는 꿈을 좇았다. 2년은 그렇게 스쳐갔다. 결국 꿈은 꿈일 뿐이라는 걸 깨달을 무렵, 군대에 들어가 1년을 또 보냈다. 다녀오니 남은 건 어딜 가도 낡은 이력서뿐이었다.
그 후에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시간을 팔고, 돈을 조금 얻었다. 그렇게 28살이 됐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멈춰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뒤로 밀려난 기분이었다.
부랴부랴 마음을 다잡아보려 국비 지원으로 학원을 다녔다. 한 줄기 빛이라도 보일까 싶어서. 그런데 아니었다. 자격증을 따려고 해도 대학 졸업장이 필요했다. 이력서 한 번 내보려 해도, 대학 졸업장이 필요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사회는 나를 이미 판 밖으로 밀어낸 상태구나.’ 나는 무엇을 했던 걸까?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는 그 누구보다 뒤처져 있었다.
이제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스물여덟이면 아직 어리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스물여덟이면 이미 늦었다고.
그 사이에 갇힌 나는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한다.
나는 자기 연민에 빠졌다. 날이 갈수록 추락한다.
사회성은 빛을 잃어가고, 자존감은 더 깊이 바닥을 기어간다. 매일 밤이 되면, 나는 마치 공고기간이 끝나가는 유기견이 된 기분이다.
철제 울타리 안에서 초조하게 발을 구른다.
울타리 밖으로 하나둘씩 나가는 어린, 품종 좋은 개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울타리 안에 남은 나는 누군가에게도, 어딘가에도 필요 없는 존재인 것 같다.
나는 구원을 바라는 걸까? 아니면 구원조차 허락되지 않는 나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