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대화
금붕어야.
너의 전부인 그 작은 세상에서 너는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니.
그 속에서 너는 벽에 부딪히고 다시 돌아서는 걸 반복하면서도, 그것이 너의 운명임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저 투명한 벽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니?
나는 어항 밖에 서 있어.
네가 부딪히는 유리 벽을 투명하게 내려다보며,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닮았다고 생각해. 우리도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살아가잖아. 끊임없이 무언가를 좇아 헤엄치지만, 결국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운명일 뿐이야.
금붕어야.
머리 위로 흩날리는 먹이를 보며 생각해. 너는 노력하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니, 아니면 스스로 먹잇감을 찾을 자유조차 없는 현실이 답답하니.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일상, 매일 같은 먹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하루.
너는 이 조용한 세상 속에서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니.
나는 가끔 생각해. 네가 이 세상과 너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아니면, 애초에 질문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은 걸까. 아니, 네겐 그런 생각조차 없겠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겠지. 하지만 나는 묻고 또 묻고 있어. 너는 정말 괜찮은 거니? 아무렇지도 않은 거니? 네 작은 세상은 너에게 충분한 거니? 나는 너를 보며 너와 나를 겹쳐본다. 아니, 어쩌면 나는 너 안에서 나를 찾고 있는지도 몰라.
너는 아무 말 없이 헤엄치고, 나는 혼자서만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대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나는 미친 듯이 물어.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거지? 왜 너는 침묵하는 거야? 나는 멍하니 너를 바라보면서도 속으로 끝없이 소리치고 있어.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아.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금붕어야, 고요한 물속에서 무엇을 느끼니? 너의 작은 세상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니, 아니면 한계 속에서 억눌린 기분이 드니? 나는 네 작은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어. 아니, 아니야. 찾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나는 이 사회 속에서 행복도 절망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어. 너처럼 나도 제한된 환경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채로 남아 있구나.
나는 무감각한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금붕어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대답 없는 너를 바라보며 결국 나도 너도 이 답답한 현실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 버려. 점점, 점점 더 깊이. 끝없는 고요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미쳐가. 나는 이 유리벽을 두드려. 부서질까? 아니면, 이 벽이 나를 삼켜버릴까. 금붕어야, 도망치고 싶지 않니? 아니, 도망칠 수 없어. 난 알아. 너도 알고 있겠지. 우린 결국 같은 곳을 맴돌 뿐이야.
네가 아무 말 없이 헤엄치는 걸 보며 내가 네 감정을 멋대로 상상해 버리듯, 나 역시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그렇게 존재하겠지.
결국 너도 나도 아무 대답이 없는 존재들일뿐인가 봐.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아. 아무도. 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