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소비

by 나연

감정소비를 했다.


나는 그를 더 상처 내고 싶은 마음으로

내 말과 내 표정 속에

그를 찌를 문장들을 숨겼고

생각은 곧 행동이 되었다


그의 마음속에

뾰족한 압정들을 박아 넣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말하기 싫다며

말해봤자 해결될 건 없다고

스스로를 변명했다.


그는 답답해했고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이기적인 내 모습과

그를 아프게 하는 나를 보며

나조차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좋아하면서

왜 자꾸 스스로 스크래치를 내는지

조금 더 이해해 볼 걸

조금 더 이해해 줄 걸


감정소비 따위 필요 없는

내가 사랑한 사람에게

조금 더 내려놓을 걸


결국

상처만 남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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