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했지만 납득이 어려운 날

나도 억울한 것이 있겠지만...

by 고홋

누구보다 내가 잘못한 것 같지만 납득이 어려운 순간의 내 이야기다.


나는 대학 밴드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다. 글을 쓰는 5월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인 2월, 공연 준비가 막 시작되었다. 그 전에 정한 특정 곡(Alive by Pearl Jam)을 살짝 연습해보고 도저히 이번 공연에선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첫 합주도 시작되기 전이라 부원들 이해해주었지만, 정기공연(6월) 때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두리뭉실하게나마 말했다. 그렇지만 당시엔 솔로가 어렵다고 느껴지던 만큼 멋있다고 생각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부원들도 "그럼 진짜 정기공연에서 기대해도 되는 거냐"라며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물어보았고 난 오케이 했다.


3달이 지난 어제 그 곡으로 처음 합주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정말 끔찍한 솔로를 보였다. 음, 내가 생각하기에도 들을 수 있는게 없었다는 정도.. 평소에 적극적이고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는 선배들도 충격받으신 건지 연습하라는 말 밖에 안 하셨다.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이번 학기는 공연에 쏟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또 그런 상황에서 4곡을 준비해야 하니 내가 곡을 완성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면죄부가 있다는 생각. 그런데, 부원들 입장에서는 3개월 동안 그 솔로 하나 따지 않고 뭐 했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월 공연을 같이 준비하며 정기공연을 기대한다는 동기는 합주 이후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다른 부원이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응원하는 말에, 잔인하게 희망 고문한다, 이게 개선이 가능하냐, 회장이 맞냐고 신입 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비난을 가하면서 화를 내기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조롱에 가까운 말을 전했다. 원래 말로 많은 트러블이 있었던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왠지 반박할 수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게 맞기 때문이다. 만약 2월 그때, 앞으로 바쁠 것 같아서 어려운 곡은 못한다고 했다면? 혹은 그때부터 바로 곡을 따기 시작했다면?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단지 기타 실력은 아쉬운 녀석으로 조롱까지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엔 나의 우유부단함, 그리고 내가 한 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그사람도 처음엔 화가 나고, 시간이 지나며 해탈한 것이겠지. 더군다나 작년의 나는 정말.. 밥 먹고 수업 갔다가 기타만 쳤으니 그런 모습을 잃어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시선도 많았을 것 같다.


이 동아리에 반감이 생기긴 했다. 회장으로서 많은 뒤치다꺼리를 했을 때 의무만 등에 짊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억지로 술자리에 참여하다 중간에 박차고 나온 일도 있고, 말로써 상처를 받은 일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별개라는 생각이 든다. 회장으로서의 나는 억울하고 한 많은 사람이지만 우리 팀의 기타인 나로서는 기타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연습을 충실히 해내지 못한 사람이니까.


제일 두려운 것은 이번 일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힘들지만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나중엔 좀 유용하게 쓰일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얻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태해질 때 다시 읽고자 글을 쓴다.



작가의 이전글종강 직전 편지를 읽어주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