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임박했다.
임계 질량.
임계 질량(臨界 質量)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핵물질이 핵 연쇄 반응의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을 말한다. 핵분열을 이용한 핵무기는 핵물질이 임계 질량을 초과하여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Wikipedia
입대하고도 세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어째 훈련소는 미치지 않고 잘 버텨냈다. 논산에서의 5주와 평택에서의 4주. 철저한 계급 사회에서 계급조차 주어지지 않은 이로 두 달을 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나는 3주 간의 카투사 교육대에서 소대장 훈련병이었다. 그리고 나와 방을 같이 쓰게 된 J가 있었다. J는 5주 간 동안 논산 훈련소(기초군사훈련)에서 함께 지내온 동기였다. 비록 다른 생활관이었지만, 행동이 좀 느리기로 알고 있었다.
J와 방을 같이 쓰게 된 첫날, 짐을 풀며 작게 다짐했다. J의 부족한 부분은 내가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겠노라고. 밤엔 도통 잠을 못 잤다. 수면 장애가 있는 친구였다. 그렇지만 내가 워낙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참았다.
소대장 훈련병은 약 40명의 훈련병들로 구성된 소대를 대표하는 훈련병이다. 교관들이 일일이 전달사항을 알리거나 통제하기는 힘든 점이 있으니 그들을 대리할, 그러나 그들처럼 명령할 권한은 없는 자원 봉사자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J는 분대장 훈련병이었다. 10명의 훈련병들로 구성된 분대를 대표하는 훈련병. 소대장 훈련병들이 4명의 분대장 훈련병에게 '전달'하는 지시사항을 다시 10명의 훈련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본인 분대원들을 관리할 의무를 가진다.
난 소대장 훈련병을 하고 싶었다. 5주간의 논산 훈련소에서 20번 훈련병으로서의 의무만 행하며 살아가기에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언가 일이 주어지면 이를 행하느라 시간이 빨리 가겠지. 흐르지 않는 시간이 아닌 해야 할 일에 의해서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최소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미칠 것 같다는 것은 아니니까. 좀 더 건강한 삶이 아닐까 싶었다.
J군도 그러한 이유로 분대장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음, J군은 지속적인 자기 개선의 의지를 보여왔다. 행동이 느리지만 빠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J군이 속했던 생활관의 13명은 마지막 주차까지 J군에게 똑바로 경례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위해 J군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랬던 그가 분대장 훈련병에 도전함으로써 본인의 노력을 이어나가고자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느렸다. 집합 시간엔 분대는커녕 소대 마지막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켜야 할 것을 놓치기도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소대장 훈련병이었던 나는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계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누구도 가지라고 하지 않았지만, 심지어 나 조차도 처음에는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40명과 10명 앞에 서니 마땅히 필요하다고 느꼈던, 나와 너는 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조금 더 빨리 나오면 좋겠다."
..
"빨리 나와야 한다. 분대원들 인원 파악을 해야 집합 완료 됐다고 보고할 것 아니냐."
"빨리 나오라고 저번에 말했는데 왜 지켜주지 않느냐."
...
"하기 싫은 거냐.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교관님께 전달해 주겠다."
나는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게 되었다.
룸메이트로서 J가 나에게 주었던 불편함. 분대장 훈련병과 소대장 훈련병으로서의 관계. 섞이지 말아야 할 것이 섞인 것 같았다. 한 번 그렇게 말하고 나니 모든 J를 향한 지적이 참 쉬워졌다.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생활 습관마저 계도해야겠다는 오만한 책임감이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J를 향했다.
섞이지 말아야 할 두 페르소나가 나눠 담기지 않고 섞인다는 것은 발생하지 말아야 할 반응의 임계 질량을 넘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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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