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밝히거나, 인간을 녹이거나.
임계 질량은 매우 신기한 개념이다. 임계 질량 90% 정도 양의 물질을 두 손에 각각 들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 손을 합치는 순간! 임계 질량 180%의 뜨겁고, 때로는 해로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양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순수한 우라늄 233은 15kg, 플루토늄 239가 10kg, 직경 10cm 내에 모이면 당신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연쇄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우주에서의 당신에게 서울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 만큼 밝은 빛이 되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누구도 일어나기를 원치 않는 연쇄 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물질들을 보관할 때 매우 엄격히 정해진 양만큼만 보관하게 된다.
J는 참지 않았다. 교관님께 보고했다. 4개의 소대를 통솔하는 중대장 훈련병, 나, 그리고 몇 명의 우리 소대원들이 사무실로 불려 갔다. 사유는 따돌림. 중대장 훈련병은 워낙 정의감이 강한 친구였기에 모두를 공평하게 J처럼 대했으나 신고를 당했고, 나는 따로 내가 했던 잘못이 있었기에 불려 갔다.
나와 함께 했던 소대원들은 소식을 전해 듣고 나를 변호해 주겠다고 하였다. 난 소대원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들에게 강제로 무언가를 하도록 시킬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인지하고 있었기에 더운 날에는 교관님의 시야를 벗어나 그들과 함께 농땡이를 피우기도 했고,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지나가는 소대원들이 한 마디씩, 힘내라, 고생이 많다고 나를 토닥였다.
고마웠다. 그러나 그들이 J군과 내가 지냈던 그 방에 있었다면, J군과 나의 모든 대화를 들었다면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군인, 소대장 훈련병이었던 나는 수면장애로 고통받았던 그 녀석과 하나가 된 채로 행동했다. 밤에 느꼈던 감정을 아침에도 고스란히 가지고 행동했다.
나는 내 소대장 훈련병 생활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남길 원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처음부터 아침과 저녁의 나를 분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응은 나에게서 나타났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섞인 페르소나로 인해 촉발된 나의 반응은 J의 DNA를 파괴하는 방사선을 쏘아댔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고치고자 하는 이의 DNA를 파괴하는 것은 정말 잔인한 것인데.
반대로 의도하여 페르소나를 섞어야 하는 경우가 있을까? 내가 어떤 일에 미치게 된다면, 그래서 내 잠과 식사를 바쳐가며 해내고자 하는 일이라면 임계 질량을 넘어도 되지 않을까? 그때의 반응은 서울을 밝힐 빛이 될 것인데 말이다.
나는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
1.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지
2.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3. 내가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고 진행하고자 한다.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동기생들을 돕고, 일머리를 키우는 것. 간간히 농땡이도 부리면서 소대원들과 친해지는 것. 나에게 당연히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남겠지. 그리고 그것은 교관들이 인정해준 자격과 함께 힘차게 시작하고, 매끄럽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나아가, 수많은 고난을 통해 경험과 자격을 얻은 교관들처럼 동기생들을 잡는 것? 당장 훈련병이 된 나에게 자격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잠과 식사를 바칠 정도로 사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행하는 일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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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