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에 집이 생기다
설레는 기분으로 영월 남면에 있는 6주간 우리의 집이 될 작은 주택에 도착하였다. 영월에는 서울에 없는 작은 로터리들이 많은데, 영월 읍내에서부터 그런 작은 로터리 여섯개 지나고, 초등학교를 하나 지나고, 기찻길을 하나 지나고, 옥수수밭을 지나면 작은 마을 경로당 뒤로 지붕색깔이 귀여운 우리의 영월 집이 보인다.
오후 일을 마치고 경운기에 함께 앉아 운전하는 옆집 사시는 노부부가 퇴근을 한다. 그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 아니면 마을은 고요하다. 정신없이 바빴던 서울생활에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하다. 잠시잠깐 그 고요함이 어색하지만 이내 집 앞에 있는 복숭아 나무 한그루에 주렁주렁 맺힌 귀여운 복숭아에 정신이 팔린다. 옆집 할머니댁 땅에 자란 복숭아나무 같은데, 어쩌다 굴러떨어진 복숭아 씨앗이 도로변에 뿌리를 내려서 자랐나보다. 도랑 옆에 아슬아슬하게 자라난 복숭아나무는 주렁주렁 잘도 자랐는데, 약을 치지 않아서 벌레가 와서 먹고,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나보다. 호피무늬 바지를 입은 할머니는 그 중 예쁘고, 탐스러운 복숭아를 따시며, 복숭아 먹고 싶으면 마음껏 따서 먹으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내신다. 이것보다 더 좋은 환영인사는 없을 것 같다.
여기저기 집구경을 시작한다. 대문 따위는 없고, 예전 대청마루 있던 공간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마루를 실내화 시켰다. 그리고 따로 보안이라고 할 것도 없이 사물함에 썼던 숫자 여덟자리 자물쇠가 걸려있다. 마을이 낯설고, 시골살이도 낯선, 험한 꼴 많이 본 서울처자는 순간 ‘불청객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무서운 생각이 스친다.
담벼락이 높은 것도 아니다. 대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처럼 1층이라고 방범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나쁜 마음 먹으면 집안에 들어오는 건 식은 죽 먹기이다.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데 이 집에 마음 먹고 들어와도 가져갈 게 없다. 나도 뭘 가진 게 없다. 마음 먹고 용케 들어왔는데 가져갈 게 없으니 참 허무하겠다 싶어 웃음이 나온다. 옆에 있는 남편의 존재가 참 위안이 된다. 도시를 떠나 이곳에 오니,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참 짐스럽다. 그리고 옆에 사랑하는 사람 한 명 가진 것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