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부부의 영월 이야기-4

친구가 놀러왔어요. 여행객 기분으로 여행합니다.

by Minjoy

영월 집으로 친구가 놀러왔어요. 갑자기 새 차를 뽑아가지고, 혼자 서울에서 2시간 넘는 드라이브를 해서 온 기특한(?) 그녀. 덕분에 오랜만에 영월에서 여행객이 되어 돌아다닐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 그녀를 데려가서 그녀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니 더 마음이 들떴다.


먼저 시장에서 사과를 보고는 사과 사겠다고 하는 친구를 말려서 사과농장에 데려갔다. 오전에 옆집 할머니랑 따온 옥수수를 사과와 물물교환하려고 가져갔다. 사과농장 부부는 자주 찾아오는 우리가 그저 반가우신가보다. 옥수수를 드리니 사과를 마음껏 따가라 하신다.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있으니 그냥 가서 이렇게 물물교환하자고 하면 서로 좋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제활동 방식, 그러나 오래 전부터 있었던 물물교환 시장. 아무튼 친구는 사과먹고 싶다 생각했는데 사과농장에 와있다는 것이 꽤나 신기했나보다. 우리는 또 그렇게 사과농장 부부와 사과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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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하루 수다량을 충분히 채우고 우리는 근처 옆집 노부부의 고추밭으로 향하였다. 어르신 두 분께서는 수확시기에 사람을 안쓰시고 두 분이서 모든 작물을 수확하신다. 고추같은 작물은 손으로 하나하나 따야하기 떄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허리도 많이 아프신텐데, 비가 와서 한동안 못따신 걸 너무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남편과 친구와 함께 수확을 거들러 갔다.


밭에 도착하니 잠시 새참을 먹으면서 쉬고 계신다. 도움의 손길이 꽤나 반가우셨는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기시며 오전에 쪄온 옥수수를 건내신다. 일 시작하기도 전에 배만 채운다. 경운기에 앉아서 먹는 옥수수는 꿀맛이다. 다 먹은 옥수수는 그냥 밭에 멀리멀리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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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르신은 우리에게 포대 자루 하나씩 쥐어주고 고추 따야할 곳으로 우리를 이끄신다. 빨갛게 익은 고추의 매운 향이 코를 찌른다. 태양초 만들 고추이기 때문에 빨갛게 잘 익은 고추들만 위로 들어올리면서 톡! 하고 따준다. 휴가 온 친구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친구는 생각없이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육체 노동이 때론 쉼이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고추따기가 손에 익으니 멈출 수가 없다. 우리 셋은 팀이 되어 한 면씩 맡아서 고추를 딴다. 중간중간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실수로 고추 줄기를 커다랗게 뜯어버린 서로의 모습에 웃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추를 수확하였다. 우리가 수확한 고추도 거의 네 포대. 어르신들은 너무 고생하면 안되고, 곧 해가 지니 얼른 들어가자고 하신다. 집에 가져가라고 청양고추, 풋고추, 빨간고추를 또 한 봉지씩 챙겨주신다. 고추 포대를 경운기에 싣고, 집으로 향한다. 노동으로 땀을 흘린 우리는 시골집에서 한 명씩 샤워를 한다. 옆집 할머니는 노동을 했으니 오늘 저녁은 막걸리로 노고를 풀어야 한다며, 막걸리 한 병을 집 앞에 두고 가신다. 손에 고추 냄새, 옷에는 흙냄새가 베었지만 싫지 않다. 이렇게 친구와 함께한 영월에서의 첫 날 밤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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