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부부의 영월 이야기-5

친구가 놀러왔어요. 여행객 기분으로 여행합니다.

by Minjoy


아침 일찍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은 영월군과 맞닿아 있는 평창군에 있는 흑염소 목장에 가기로 한 날이다. 영월 읍내에서 차로 20분이면 가는 곳인데, 구비구비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운전에 조금 자신이 있어야 한다. 목장 이름은 산너미 목장. 3대를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목장인데, 이제는 차박 또는 캠핑의 성지가 되어 캠퍼들에게 더 유명한 곳이다. 우리는 캠핑을 하러 간 것은 아니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목장을 젊은 자녀들이 어떻게 탈바꿈을 하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친구가 놀러 온 김에 우리도 여행기분을 내고 싶어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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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를 리셉션으로 탈바꿈한 공간이 우리를 맞이한다. 여기서 차를 한 잔 마시면 600마지기를 오를 수 있는 입장권까지 같이 사게 되는 것이라, 우리는 여름이어도 서늘한 강원도 아침에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흑염소 차를 한 잔씩 먹었다. 그리고 캠핑장을 둘러보는데,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분주히 텐트를 접는 사람들부터, 며칠 더 있을 거기에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 우리처럼 그냥 구경 온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안개 낀 산기슭에서 오롯이 자연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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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셋은 육십마지기를 오른다. 한 2-30분 정도 걸리는 트래킹 코스인데, 크게 어렵지는 않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아침 바람이 기분이 좋다. 정상에는 나무는 많지 않고, 낮은 수풀들과 잔디가 서식하고 있다. 탁 트인 강원도의 풍경. 첩첩이 쌓인 끝없는 산의 능선이 우리를 반긴다. 얼마 올라오지 않았는데도 성취감과 해방감을 주는 이 자연의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사진으로 담아보려 노력해도 담겨지지 않는 자연의 광할함. 어쩌면 이것 때문에 계속 도시를 벗어나려고 한 건 아닐까. 부모님의 목장의 멋진 땅을 잘 물려받아, 그 가치를 재발견하여 새로이 브랜딩하고, 가꾸어 나가는 형제들이 부럽기도하고 고맙기도 하다.







우리는 다시 영월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멀다는 이유로 계속 가기를 미뤄왔던 상동에 이끼계곡을 가리고 했다. 40분 정도를 동남쪽으로 가야하는데, 친구는 피곤했는지 뒷좌석에서 곤히 잠들었고,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던 나는 강을 끼고 가는 드라이브 길이 정말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워 잠이 확 달아났다. 입에서 감탄이 멈추지를 않는다. 왜 이 동네를 이제서야 와봤을까. 로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동네는 영월군 내에서도 덜 발달된 곳이라고 한다. 덜 발달되어서 자연이 더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해야하나? 덜 발달되서 사람들 살기에는 좀 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매일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그 불편 정도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어느새 표지판도 없고, 공사중이라 분위기가 기묘한 입구에 도착하였다. 이게 입구인지 아닌지도 모를 법한 수상쩍은 입구. 남편은 아닌 것 같고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고 돌아가자고 하였지만, 앞부분 조금 들어가 보니 길이 잘 나있어서 결국 우리는 더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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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고사리풀들과 바위마다 덮여있는 이끼들 그리고 그 바위들을 치면서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가 나의 모든 감각을 깨운다. '신비롭다'라는 느낌을 오랜만에 경험하며 계속 더 올라가본다. 아저씨 한 분이 카메라를 들고 이 아름다움을 필름에 담으려고 오셨다. 삼각대까지 세우고, 진지하게 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집중하고 계신다. 그의 결과물이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그가 즐기고 있을 그 고요함을 깨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각자의 방법으로 감상했다. 이끼가 주는 촉감. 한 여름인데도 차가워서 발 조차 담글 수 없었던 계곡, 아름다운 구조를 갖고 뻗어있는 정체 모를 고사리과 식물들. 이 이끼계곡은 영월을 다른 관광지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영월에 와서 그냥 지나치는 곳이지만, 이곳을 알계된다면 꼭 잠깐이라도 들리길 바란다. 하지만, 이곳이 더 발달되지 않고, 지금은 모습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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