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의 발걸음을 떠올리며
‘대관람차’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곳으로 런던아이(London Eye)가 있다. 나에게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은 곳이다. 2007년 여름,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풍족하지 않았던 배낭여행객 시절, 런던을 여행하며 마지막 코스로 런던아이를 탑승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정이 꼬여서 런던에 며칠을 더 머물러야 했는데 생활비가 부족했다. 결국, 런던아이를 탈 돈을 아껴서 유스호스텔 숙박비와 식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16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런던을 다시 찾지 못했다. 잃어버린 나의 런던 경치여…
대관람차는 멀리서 보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 막상 가까이 가서 보면 느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다. 처음 탑승할 때는 이 속도로 한 바퀴 돌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타고나면 한 바퀴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 내릴 때면 오히려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주변 경치를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대관람차에서 내릴 시간이 된다.
1학년의 수업은 마치 대관람차 탑승과도 같다. 아니, 그래야 한다. 대관람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교사의 수업 안내와 활동도 천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빠짐없이 살펴봐야 한다. 교사는 천천히 안내하는 것 같지만, 설명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가 밖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간단한 지시와 안내를 왜 못 따라오나’ 생각할 수 있지만, 학생글 중에는 레이싱 경기장 안에 있는 것처럼 교사의 안내가 휙휙 지나가 버린다고 느낄 수 있다. 혹시라도 못 쫓아오는 학생이 있는지 잘 살펴 보고 개별 도움도 줘야 한다. 교사가 모두 챙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미 완료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라고 부탁도 해야한다.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의 욕심도 버려야 한다.
작년 한 해는 ‘그림책’을 수업에 중심에 놓았다. 교육 내용과 관련된 주제의 그림책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읽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제한이 많았다. 일단, 내가 그림책을 많이 알지 못하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 자료에 많이 의존했다. 내 수업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남이 준비한 수업을 그저 따라 했고, 그 결과 내 호흡에 맞지 않았다. 분명 한 차시의 수업으로 제공된 자료였지만 시간에 쫓기는 일이 잦았다. 준비한 내용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쓸데없이 나의 마음만 바빴다.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화도 자주 냈다. 학생들을 바라보며,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수업을 해야 했지만, 나의 시선은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할 ppt자료에 더 많이 머물렀다. 그렇게 1학년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 머물렀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시작하는 중이다. 일단 욕심을 최대한 버렸다. 수업에서 학생들이 경험하고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최대한 단순하게 잡았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지 않고, 경험과 활동으로 직접 익히며 배우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서로 협동하는 마음’이라는 주제의 수업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협동, 양보, 겸손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영상을 찾는데 급급했을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내용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 주는 ‘영상’을 찾으려고만 했을 것이다. 유튜브에는 수업 내용과 관련된 수많은 영장 자료가 있다. 네다섯 개 정도를 빠르게 살펴보며 무엇이 좋을지 쇼핑하듯이 골랐을 것이다. 혹은 그런 ppt 수업 자료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업 시간에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협동이라는 주제를 익힐 수 있는 활동을 먼저 떠올린다. 1학년 아이들은 협동하는 마음을 설명으로 들어서는 아직 제대로 내면화할 수 없다. 그래서 직접적인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된다. ‘모둠별로 손을 잡고 풍선을 얼마나 더 많이 튕기는가’와 같은 활동이 딱 맞았다. 책상 앞에 앉아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고 협동하는 학생이 되지 않는다. 직접 협동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경험을 다시 이야기로 나눠야 협동이라는 주제를 학생들이 직접 담아갈 수 있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느끼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천, 천, 히, 하나씩 하나씩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교사는 풍선을 튕기며 서로 협동하는 경험을 직접 하도록 한다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신경 쓸 필요 없이 온전히 그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풍선을 튕기며 노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수업 중에 사소한 재미를 찾는 과정이기에 과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수업이 즐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확실한 목표를 손에 두고 나면 마음 조급하게 학생들을 독촉하면서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 잘 되는 경험도 경험이며, 잘 안 되는 경험도 경험이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협동’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수업은 충분하다.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새로운 걷기 습관이 하나 생겼다. 급식실이나 강당, 운동장 등으로 이동할 때 뒷짐을 지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천천히 걸어간다. 그래야 한 줄로 서서 오는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다 따라올 수 있다. 일반적인 성인 걸음으로 갔다가는 꼬마 기차 줄이 30m는 넘게 길어질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아이들의 세상을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교사인 나도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