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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유지향 Jun 16. 2024

숨바꼭질 놀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다 숨었다.”

행복은 숨바꼭질 놀이다. 숨바꼭질은 술래가 된 사람이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놀이다. 술래가 뒤돌아 눈을 감고 열까지 수를 셀 동안 아이들이 숨는다. 술래가 아이들을 찾고 있는 동안에 다른 아이들은 숨어 있다가 술래의 기둥으로 술래보다 먼저 돌아와야 한다. 처음으로 발견된 아이가 그다음의 술래가 된다. 만약 숨었던 아이들 모두가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술래기둥으로 돌아오면 다음번에도 같은 사람이 계속 술래를 해야 한다. 숨바꼭질 놀이하듯 술래가 되어 찾다 보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번갈아 술래가 되며 숨바꼭질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술래가 되어 숨은 친구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친구가 술래가 되었을 땐 숨을 곳을 숨 가쁘게 찾아다녀야 했었다. 행복은 숨바꼭질 놀이처럼 술래가 아이들을 찾으려고 숨죽여 걷다가 때로는 가만히 멈추어 설 때 발견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바쁘다며 숨바꼭질 놀이 같은 건 하지 않게 되었다. 술래가 되어 친구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고 내가 숨을 곳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찾으려 하지 않았으므로 행복은 무심코 내 옆을 지나쳐갔다. 숨바꼭질 놀이가 사라진 그날이 그날인 생활의 쳇바퀴를 돌며 세상에서 나만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주변을 둘러보려 하지 않았다. 나는 나만 바라보았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불행을 더욱 확신하려고만 했었다. 생각해 보면 크게 몸이 아픈 곳도 없었고 하루 세끼 밥 못 먹을 걱정도 없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전화로 툭 터놓고 수다 떨 친구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은 도처에 깔려 있었는데 말이다. 한 발짝만 밖으로 나가면 발아래로 꽃들이 지천이었고 머리 위로 바람에 팔랑거리는 나뭇잎은 푸르렀었다. 그때 나는 세 잎클로버처럼 곳곳에 펼쳐진 행복은 거들떠보지 않고 행운의 네 잎클로버만 쫓아다녔다.       

  

터벅터벅 걷다가 무리 진 클로버를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알프스 산맥을 넘던 나폴레옹처럼 그 앞에 우뚝 멈추어 보라. 워털루 전쟁에서 광활한 클로버 군락지를 지나다 우연히 네 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신기한 마음에 네 잎클로버를 주우려 고개를 숙였던 순간 적군의 총알이 모자를 스쳐 지나가며 네 잎클로버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네 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지만 중요한 것은 나폴레옹이 얻은 행운의 네 잎클로버는 넓고 넓은 세 잎클로버 군락지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네 잎클로버는 행운이지만 무수히 많은 세 잎클로버는 행복이다. 만약 나폴레옹이 클로버 군락지를 발견하고도 전쟁의 수레바퀴 안에 갇혀 멈추지 않았다면 행복도 행운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광활한 클로버 군락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면 네 잎클로버를 찾지 못한다고 해도 멈춰 선 것만으로 이미 행복을 얻었다는 것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행복 속에는 행운도 있지만  행운 안에 행복이 반드시 들어있지는 않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한 번도 술래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찾을 줄 안다. 찾으려 한다면 발견할 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보도블록 틈 사이에서 뿌린 내린 민들레꽃 앞에 멈춰서 마음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많아졌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 발을 멈추고 고개 숙여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한없이 명랑한 노란 표정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알게 되었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아주 조금 각도를 틀었을 뿐인데 그곳에 행복이 있었다.


행복은 숨바꼭질 놀이에서처럼 찾아다녀야 숨은 아이를 찾게 되듯 내가 먼저 술래가 되어 찾으려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어야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쳇바퀴 안에 나를 가두어놓고 멈추지 않는다면 행복도 함께 빠르게 돌아가느라 온전한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된다. 행복은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들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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